배창호시인님 글방

봄은 퇴고로 거듭난다 / 淸草배창호

덕 산 2015. 3. 31. 11:03

 

 

 

 

 

 

 

 

봄은 퇴고로 거듭난다 

                      - 淸草배창호 -

 

 

진홍빛 너울이 자지러질 듯

요염한 추파를 던진 게 엊그제 였는데

연두빛 풀물이 지그시 초록으로 변해 간다

아무렴 시나브로

바람이 일 때마다 너푼대는 꽃잎을 보라

 

이른 봄 매화가 그렇고

이화마저 곁 지기처럼

가까이서 바라볼 꽃이 있고

복사꽃이야 취해버릴 것 같은 현란한 추임새에

멀리서 바라볼 화들짝 할 꽃도 있어

봄의 문장은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는다

 

 

 

 

 

 

 

봄비가 올 적마다 해묵은 어휘는 조금에 들고

품었다 홰를 치는 섶 대궁이 그렇고

속된 가시덤불이 야박하리만큼 밉다 싶었는데

이골난 듯 감아 도는 길마다

생채기도 잉걸불처럼

옛일을 잊은 듯이 곰삭아서 좋다

 

행간을 넘나드는

내홍인들 어찌 빚을까마는

봄은 아무리 퇴고를 거듭하여도

늘상 새롭다

빗금 같은 그저 점 하나 찍을 뿐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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