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미련없이 죽을 수 있겠는가? / 법상스님
죽음명상에 대해 언젠가 이야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 죽을 수 있겠는가' 하고 물었을 때
'예' 하고 대답할 수 있을 만큼
일체를 다 놓고 살자고 하였습니다.
지금 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세상을 참으로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거라 하였습니다.
................
그 물음을 하루 뒷날로 미루어 봅시다.
오늘이 내 삶의 남은 마지막 하루가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내일 죽는다는 생각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보자는 말입니다.
과연 나는 내일 죽는다면
무엇을 하며 오늘 하루를 보낼까.
내일 죽더라도 여한 없이 오늘을 살고 있는가.
내일 죽더라도 미련 없이 이 생을 마감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 붙잡아 왔던 모든 이 생의 집착을
다 놓아버릴 수 있겠는가.
하고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는 것입니다.
주윗 분들의 죽음을 꾀 여러번 접하고
그로인해 괴로워하는 많은 이들을 만나다보니,
또한 말짱하던 사람이 한 순간 죽어가는 일들을 겪게 되다 보니,
처음에는 아무런 마음에 동요 없이 시다림을하고 천도를 하다가
어느날인가 문득 그 모든 것들이 나의 일로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내일 내가 죽지 않을 수 있다고 누가 말하던가 말입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실로 '나는 내일 죽는다' 하고 생각하고 보니
이게 결코 간단히 오늘을 살 일이 아니라고 여겨졌습니다.
지금 매 순간 순간이 중요해지고,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해 수행하지 않을 수 없게되며,
어리석게 이것 저것 붙잡아 집착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또한 자연스럽게 베풀 수 밖에 없어집니다.
이처럼 내일 죽음을 준비한다는 말은
첫째로 '일체를 놓음(방하착)'을 의미하며
둘째는 '최선의 정진'을 뜻하고,
마지막으로 '보시의 실천'이 뒤따르게 됩니다.
내일 죽을 사람에게 집착이란
아무짝에도 쓸 모 없는 일이기에,
지금까지 집착하고 있던 정신적, 물질적 모든 잡음을
일순간 정리하여 놓을 수 있게 됩니다.
'내일 죽는다' 하고 인정하여 마음에서 수용하고 보면
그간 절대 놓지 못할 것 같은 것들도 쉽게 놓을 수 있게 됩니다.
죽을 사람이 무엇에 얽매이며,
무엇을 가져 갈 수 있겠습니까.
또한 죽을 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복력과 수행력 밖에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수행자는
또한 복력과 수행력의 증장에 힘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정진하고 또 정진하며
한 순간도 화두를 놓지 못하고,
염불을 놓지 못하며
부처님 말씀을 놓지 못하게 됩니다.
또한 지금까지 쌓아 놓은 재산이며 일체의 '내 것'들을
마음 편히 이웃에게 회향하여 베풀수 있게 됩니다.
오늘 하루를 한 치의 후회도 없이 살아갈 수 있으며,
죽음을 비롯해 지금까지 살아오며 잡아왔던 모든 것들을
다 놓아버렸기에
그 어떤 경계에도 아랑곳하지 않을 수 있게 됩니다.
까짓 죽음을 앞둔 마당에
무엇이 괴로울 것이 있고, 무엇이 서글프며
그 무엇이 외롭고, 답답하고,
질투날 것이 또 그 무엇이겠습니까.
우리가 느끼는 괴로움의 경계 가운데
죽음 이상의 경계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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