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나날 / 박숙경
합동 조사 결과는 늘 사실을 재확인하는 정도
두루뭉술, 새로울 것도 없는 뉴스를 생산한다
벗나무 가지의 매미 같거나
다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척이나 하거나
사람이어서 미안할 때가 많다
서로가 납득할 수 없는
이전과 이후
'묻지마'를 단 사건들이 줄지어 태어난다
그럴 때마다 탄생하는 수많은 미봉책들
긴 장마와 유례없는 폭염을 주범으로 지목할 뿐
떨어지는 땀방울 위에
떠다녀볼까, 함께 미쳐 갈까
죽으라는 법만큼이나 뜨거웠던 날들
달력의 입추라는 작은 글자에 잠시 기댄다
태풍도 가끔은 북쪽에서 온 바람에 막힌다
젖어 퉁퉁 분 마음을 난간에 걸쳐 말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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