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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더위 / 박인걸

덕 산 2025. 7. 3. 06:19

 

 

 

 

 

한여름 더위 / 박인걸 

 

달아오르는 한여름 더위는

존재의 심연에서 우러나오는

소리 없는 열정이다.

그 거대한 침묵속에 태양은

흐르는 시간을 녹여 뜨거운 숨결을 품고

불타오르는 대지위에 깔린 열기는

삶의 고통과 기쁨이 뒤섞인 세상을

보이지 않는 손길로 우리를 어루만진다.

과도하게 뜨거운 여름 햇살은

낮이 길어 일어나는 자연현상이 아니다

끊임없이 타오르는 생명의 불꽃이며

우리를 고무하며 전진하게 하는

면역력보다 더 큰 내면의 힘이다.

한여름 더위는 모든 것을 아우르고

우리는 그 열기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여름과일처럼 익힌다.

녹아내리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고

끝없는 가능성의 바다로 뛰어든다.

마음속에 눌어붙은 이성을 닦아내고

뜨거운 감성을 불러내서

시들었던 영혼을 춤추게 한다.

한여름 더위는 단순한 자연의 역할이 아니다

우리가 존재함을 크게 일깨우며

가슴에 묻어두었던 목소리를

세상으로 내뿜게 하는 활화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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