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혼자만의 아침 / 이문재​

덕 산 2025. 7. 2. 06:25

 

 

 

 

혼자만의 아침 / 이문재​

오늘 아침에 알았다

가장 높은 곳에 빛이 있고

가장 낮은 곳에 소금이 있었다

사랑을 놓치고

혼자 눈 뜬 오늘 아침에야 알았다

빛의 반대말은 그늘이 아니고

어둠이 아니고 소금이었다

언제나 소금이었다

정오가 오기 전에 알았다

소금은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

소금은 빛으로부터 가장 먼 곳에서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가라앉는

가장 무거운 앙금이다

 

소금은 오직 해를 바라보면서

소금기 다 뺀 물의 잔등을 떠미는 것이다

가장 높은 곳을 올려다보며

가장 높은 곳으로 올려 보내는 것이다

소금은 있는 힘을 다해 빛을 끌어안았다가

있는 힘을 다해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단 하나의 마음으로 남는 것이다

내가 놓친 그대여

저 높은 곳에서 언제나 빛인 그대여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염의 나날 / 박숙경  (2) 2025.07.04
한여름 더위 / 박인걸  (0) 2025.07.03
그늘 만들기 / 홍수희  (0) 2025.07.01
여름밤 / 이준관  (0) 2025.06.30
6월의 달력을 보며 / 藝香 도지현  (0) 2025.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