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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풍경 / 안태운

덕 산 2025. 5. 15. 06:13

 

 

 

 

 

초여름 풍경 / 안태운 

  

물레는 손 같고 물레는 발 같다 물레를 돌리면

물레를 선로에 놓고 기다리면

열차를 타고 가는 누군가를 기다리게 되나

하지만 어디서

어디서 기다려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어디서 멈춰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누군가는 서성이고

누군가는 떠도는 듯하고

선로에서 물레는 돌아가지

주위를 지나가는 것들과

가령

길을 잃은 동물과

사람을 잃은 사람과

그렇게 한꺼번에 지나갈 때

서로가 서로를 눈치채지 못할 때

물레를 스쳐가고

하지만 어디서

어디서 스쳐가는지는 못 보고

그 후 선로에서 매미 소리가 쏟아지면

쏟아지다 순간 그치면

난반사하는 빛과

초여름 풍경

그 순간은 어쩌면 영원 같았지

열차는 그 순간을 스쳐가고

물레는 선로 위에 계속 놓여 있어서

물레는 손 같고 물레는 발 같다 거기서

물레를 데려오면

몸에 얹은 채 돌리면

어제 본 풍경 같나

초여름 풍경 같았지

하지만 어디서

하지만 어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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