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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벗 / 김형영

덕 산 2025. 5. 16. 06:04

 

 

 

 

 

말벗 / 김형영 ​

 

​바깥나들이 할 때면

뒷짐부터 진다.

편안하다.

 

느릿느릿 걷다가

담장 밑에 민들레며

겁 없이 기어오르는

담쟁이넝쿨과도 만난다.

 

한참을 그냥 마주 서서

속사정도 나눈다.

 

눈 잠깐 맞췄을 뿐인데

돌아서면 여운이 남는다.

 

말벗이 하나둘 사라지고

혼자 남아 중얼거리는 날이 많아지자

먼 산 황혼이 조용히 타이른다.

그만 자거라.

 

- 김형영 “땅을 여는 꽃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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