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벗 / 김형영
바깥나들이 할 때면
뒷짐부터 진다.
편안하다.
느릿느릿 걷다가
담장 밑에 민들레며
겁 없이 기어오르는
담쟁이넝쿨과도 만난다.
한참을 그냥 마주 서서
속사정도 나눈다.
눈 잠깐 맞췄을 뿐인데
돌아서면 여운이 남는다.
말벗이 하나둘 사라지고
혼자 남아 중얼거리는 날이 많아지자
먼 산 황혼이 조용히 타이른다.
그만 자거라.
- 김형영 “땅을 여는 꽃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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