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일을 시작할 때...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 법상스님

덕 산 2024. 10. 14. 06:36

 

 

 

 

 

일을 시작할 때...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데 두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여러 겁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하셨느니라.

   

...

마음만 앞서고, 의욕만 앞선다고 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 복력과 수행력을 깨쳐보고, 제 업에 순응하는 일을 해야 할 것이며,

모자라는 일이라면 그만큼 복을 짓고, 원을 세워

정진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을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

쉽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욕심이며 집착입니다.

열심히 노력하기보다는 쉽게 많은 것을 얻으려는 마음이니 욕심이요,

마음을 놓아버리지 못하고 그 일에 얽매여

어떻게든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니 집착인 것입니다.

 

이런 나태한 마음, 쉽고 간단하게 처리되기를 바라는 마음,

일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오히려 자신에게 커다란 장애가 됩니다.

 

무슨 일이든 일의 시작에서는 마음을 비우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 텅 빈 마음의 기초 위에 다시 꽉 채우는 작업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것처럼 어리석은 마음은 없습니다.

''나 없으면 안 돼'' 하는 마음, ''이것만은 반드시 해야 돼'' 하는 마음,

이것이 우리네 중생들의 가장 큰 병통입니다.

우리네 인생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꼭 해야만 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 어떤 절대적인 기준을 둔다면 이미 그것은 진리가 아닙니다.

어디에도 머물지 않고 걸리지 않는 것이 진리의 향기입니다.

 

...

일이란 모름지기 자연스런 일의 흐름을 탈 수 있을 때라야 매끄러운 법입니다.

자연스런 일의 흐름이란 인연을 따르고, 업을 따르는 일을 말합니다.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물이 흐르고 싶다고 애써 고집하거나,

분별함이 없이 그저 순리에 내맡기고 흐르는 것처럼

일 또한 그러해야 합니다.

 

일에 대한 의욕과 집착으로 안 되는 일이라도,

밝은 원을 세워 정진을 하면 그 원이 무르익을 즈음

일의 흐름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되어지는 쪽으로 흐름을 타게 됩니다.

그 이전에는 거칠 것이 많고, 온갖 벽에 부딪치던 일들이

자연스럽게 되어지는 인연을 만나 순조롭고 매끄럽게 일이 되어지는 것입니다.

 

크게 원 세운 그 밝은 마음이 내 업을 바꾸고

나아가 주위를 바꾸고 일에 대한 인연을 바꾸어 놓기 때문입니다.

 

...

쉽게 하려는 마음,

빨리 하려는 마음, 보다

잘 하려는 마음,

이것이 오히려 장애가 되어 일을 그르침을 알고

 

욕심과 집착을 거둔 마음,

밝게 세운 발원의 마음,

텅 비어 그 무엇도 담을 수 있는 마음,

이것이 나를 이끌고 나의 사업을 이끄는 한마음 주인공이 됨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일의 결과에 대하여

잘되었느니 못되었느니, 좋으니 싫으니 하는 분별심을 내지 말아야 합니다.

잘 안된 일도 잘 되기 위해 잠시 안 되는 일일 수도 있으며

잘 된 일도 언제 또 다시 안 될 수 있는 일임을 알아야 합니다.

 

...

응무소주 이생기심,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

마음을 비우라는 말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함이 없이 하라는 도리인 것입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되

어디에도 마음이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집착심을 비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어렵게 이루어 낸 결과물 속에는 무량한 복덕이 가득합니다.

 

그러나 쉽게 이루어 낸 결과물 속에선

자만과 경솔함 만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을 것입니다.

 

-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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