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억새 / 박남준

덕 산 2023. 11. 15. 16:20

 

 

 

 

 

억새 / 박남준

꽃이 있었네. 하얀꽃

하얗게 새어서, 새어서 죽어 피어나는 꽃

바람 부는 들녘의 언덕에는 하얀 소복으로 바람 날리며

너울거리는 억새들의 잔잔한 한숨이 묻혀 있다

이 땅을 일구며 지켜온 할머니의 그 할머니의 정결하고도

기막힌 삶들의 숨결 같은 억새밭의 곁에 서면 어데선가

나타나는 새하얀 꽃상여의 행렬

흔들리며 흔들리며 물결쳐 오는 그 애잔하던 울음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엽 / 박덕중  (0) 2023.11.17
가을비 / 도종환  (0) 2023.11.16
단풍 / 정건우  (0) 2023.11.14
낙엽, 약속 없는 이별 / 목필균  (0) 2023.11.13
가을에 / 김명주  (0) 2023.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