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 꽃 필 무렵
- 류 인 순 -
백로의 힘찬 날갯짓 시작으로
진양호의 꿈같은 하루가 열리면
은빛 물결 방금 건져 올린 멸치떼처럼 싱그럽다
지리산 골짜기 맑은 물 머물다 가는 곳
천왕봉 산들바람 쉬었다 가는 곳
남강 상류 진양호에 오월이 오면
소담스레 핀 이팝나무 꽃 쑥버무리 같다
능수버들 긴 머리 초록빛 더할 때
어릴 적 소풍 날 호수에서
유람선 타던 기억 찰랑거린다
콧구멍 크게 벌렁대게 하는 진한 향기
아카시아 우거진 호반을 걸으며
가위바위보 게임으로 잎 따기 하던
더벅머리 옆집 철민이 머리카락에서 나던 비누냄새
오늘도 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먼 훗날 그때도 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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