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 있었네
- 주 용 일 -
목숨을 묻고 싶은 사람이 있었네
오월 윤기나는 동백 이파리 같은 여자,
지상 처음 듣는 목소리로 나를 당신이라 불러준,
칠흑 같은 번뇌로 내 생 반짝이게 하던,
그 여자에게 내 파릇한 생 묻고 싶은 적 있었네
내게 보약이자 독이었던 여자,
첫눈에 반한 사랑 많았지만
운명처럼 목숨 묻고 싶은 여자 하나뿐이었네
사내라는 허울 버리고
그 가슴을 생때같은 내 목숨 묻고 싶었네
생의 전부이자 아무것도 아니었던,
지금도 생각하면 기쁘고 서러운 여자,
나를 처음 당신이라 불러주고
내 흙가슴에 제 목숨 묻은 여자,
언젠가 그 여자에게 나도 내 목숨 묻은 적 있었네
- 주용일 “꽃과 함께 식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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