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시인님 글방

찔레꽃 / 淸草 배창호

덕 산 2022. 5. 7. 17:22

 

 

 

 

찔레꽃 / 淸草 배창호


간밤에 임이 뿌리고 간 추적한 자리마다
녹의 치장이 여백 없이 빠져들 때면
절색은 아니지만
하얀 홑적삼에 노란 수실로 빚은
저미도록 아픈 자화상이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는 애환으로 남았습니다

 

임의 온기처럼 짙어진 숲,
오다가다 눈길조차 주지 않았는데
바람이 만감을 서리게 해
언제나 이맘때면
덤불 속 하얗게 피운 꽃,
쳐다만 봐도 가슴 저려와
눈시울 적신 시절을 넘나든
아픈 세월이 닳도록 지문이 되었습니다

 

차마 어쩌지도 못하는 이내 그리움
실금처럼 지난 사랑이 오롯이 파동치건만
땅거미 질 때까지만이라도

목메게 보고 싶은 네,
이 한철만의 찔레꽃이 아니라
문득, 하시라도 꺼내 볼 수 있는
속 뜰에 피우는 그대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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