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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연가 / 서문원 바오로

덕 산 2022. 4. 13. 11:20

 

 

 

 

 

벚꽃 연가

        - 서문원 바오로 -

 

 

눈이 부시어

마주보지 못해

화사한 봄날

때아닌 설경인가

 

멀리 있으면

아름드리나무에

고고한 선학

빼곡히 앉은 듯하고

 

홀린 채 다가서니

수많은 하얀 꽃들

곰살궂게 눈웃음치는데

 

하늘의 귀한 여인

소복단장하여도

이보다 선연히 빛날까

 

그리하여 시샘하는 기운아

급작스러운 바람

무정하게 들이닥치고

 

 

 

 

 

 

흰빛 꽃잎 안타까워라

파란 하늘 휘돌며

짧은 한생 마감하누나

 

그래 너는 어때

살아갈 만하였느냐

이렇게 떨어지려

모진 시간 애썼던가

 

하여도 아픈 사연

애련한 잔상들

하양 꽃길 되어

봄밤 설레게 하니

 

누가 화려한 날들

잠시라 하여

값없다 말할까

 

더구나 떨어진 자리

이파리 무성해지며

깜찍한 열매 맺으니

 

 

 

 

 

아, 얼마나 사느냐가

그렇게 중한가요

 

새콤한 과실

갈증 달래주고

너른 그림자로

무더위 씻어 주거라

 

그 생애 보시고

사랑의 님께서는

바람에 떨구고

비에 젖은 꽃잎이라도

 

혹여 망가질세라

손끝으로 잡아 올려

침상 옆 백옥 창가

어여쁜 난화로 생명 불어넣고

 

언제나 곁에 머무르거라

다 내어주고 여기 왔느냐

이제 모두 채워 주려마

 

 

 

 

 

 

꽃 날개 다시 달고

저물지 않는 나라

달콤한 봄꿈 잠겨

행복하게 살자꾸나

 

주님, 그러한가요

찰나라 하여도

이 땅에 지내야

님의 집에 들 수 있는가요

 

얼마를 살더라도

순간이라 하여

의미 없는 생 결코 없나이다

 

길게 굽이진 뚝방길

활짝 핀 벚꽃 향연

하느님 나라 흰색 그리움아

 

밀려가는 바람결에

이 진정 띄우고

풍경에 취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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