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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은 절정인데 / 허순성

덕 산 2022. 4. 11. 12:54

 

 

 

 

 

봄꽃은 절정인데 

                 - 허 순 성 -

 

 

꽃잎은 그렇게 졌네

바람이 어쩌고

봄비가 어쩌고 너스레 하려는 게 아니라네

나는 마당 담장 옆에 떨어진 목련 앞에서

그대는, 봄비에 떠내려가는 벚꽃의 잔해들 앞에서

아, 세월은 그렇게 흘러가 버렸다네

우리의 청춘이 가버린 거라네

 

나를 세상에 올려놓고 싶을 때는, 시민으로

나를 숨기고 싶을 때는, 서민으로

너나없이 휩싸일 때는, 보통사람으로

이 잘난 이름들은

용기가 필요할 땐, 숨고

나누어 먹을 게 있을 땐, 나서는

아니, 자네는 아닐세, 내가 그러하였을 거란 말일세

 

사랑도 그랬었지

언제나 뒤늦게 사랑을 느꼈고

언제나 떠나고 나서 후회했지.

한동안을 해 없이 살게 한

그 봄의 앞을 뚝, 가로 막는 게 있었지

잊지 못하지

처음이자, 마지막 청춘의 눈물이었다네

 

아름다운 것을 보면 아름답다 하는

그 맑고 순수한 마음들이

봄의 꽃으로 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해서, 고요한 지금의 나는

울긋불긋 길가 화단에 핀 철쭉이며, 봄꽃들을

생의 절정에서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계절을 보고 있다네

 

동안에 우리는, 봄에

한겁으로 소멸하는 꽃눈송이 벚꽃도

그 하얀 우윳빛 순결

때 오면 미련없이 뚝, 떨구는 목련도 보아왔네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윤회의 길, 머리숙여 배웅하며

이봄, 자네의 청춘에게 안부 전하네

우리의 청춘이여, 그러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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