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 / 淸草 배창호 시절인연 - 淸草 배창호 - 두런두런 밤새 내린 비 저미도록 떨림으로 내려앉는 가을 오는 소리 정감이 뚝뚝 묻어 방울처럼 구른다 한 때, 청록으로 온몸 휘감아 사랑의 한물을 이룬다 싶더니 성숙의 진수를 이룬 속내를 아낌없이 흐르는 냇물에다 붓질로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린다 취한듯.. 배창호시인님 글방 2013.12.26
백야白夜 / 淸草 배창호 백야白夜 - 淸草 배창호 - 회색빛 땅거미 금세, 시야가 온통 먹빛이다 입동立冬 머리 바람에도 귓불이 시리고 익숙지 않은 적막감이 침잠沈潛에 들은 듯이 솔가지에 걸린 눈썹달이 수심에 찬 한기에 미소조차 잃었다 공허한 겨울밤, 속울음이 깊어서 뜬눈으로 새운 날이 어디 하루 이틀이.. 배창호시인님 글방 2013.12.23
겨울밤 그리움 / 淸草배창호 겨울밤 그리움 - 淸草배창호 - 하얀 눈송이 같은 서리가 백야처럼 드리웠다 긴 겨울밤이 먹빛으로 마냥 음습할 줄 알았는데 달도 별도, 둥지 속에 숨었으니 칠흑이, 삼동三冬 곁 지기로 자리 잡았다 공허한 솔바람에 두견의 넋두리가 윤슬처럼 산중을 덮고 아린 심장은 차마 말도 못하고 .. 배창호시인님 글방 2013.12.19
세상풍속도 / 淸草 배창호 세상풍속도 - 淸草 배창호 - 세찬 비, 바람 몰아쳐 광풍狂風의 회오리처럼 노도와 같은 해일海溢이 일어 빛살처럼 옮아가는 반세기 동안 세상이 익어가며 성숙하였는데 눈에 보이는 건 풍요 속에 빈곤인가, 보릿고개, 엊그제였었는데 많이도 변해버린 이 산하山河, 앞만 보며 달려온 분별.. 배창호시인님 글방 2013.12.16
여우비 내리는 山寺 / 淸草배창호 여우비 내리는 山寺 - 淸草배창호 - 선암사 산중 도랑에 안개비 수런수런 망울처럼 굴러 아스라이 숲길을 덮고 있다 자박자박 청록의 여름이 정감으로 덧칠한 무늿결이 빼어나게 곱다 간간히 하늘 낯빛을 견주는 옥색 치장의 소매니 사이로 고샅길 더듬듯이 기어가는 한 줌 빛살이 졸.. 배창호시인님 글방 2013.12.09
낙엽이 가는 길 / 淸草배창호 낙엽이 가는 길 - 淸草 배창호 - 참 곱다 연지곤지에 쪽빛치마 색동저고리 고운 네 절색에다 나빌레라 춤사위 그만 동공이 멎었는데 소슬바람 놈이 차마 아쉬움에 그냥 보낼 수 없어 시새움에 눈이 멀어서 가는 세월 어이 잡으려 할까마는 철 따라 한 겹씩 걸친 옷 바람이 가만두지 않으니.. 배창호시인님 글방 2013.12.06
걸림이 없어라 / 淸草 배창호 걸림이 없어라 - 淸草 배창호 - 물은 비우는 마음을 닮았기에 돌 개천도 품어 안고 실개천 개여울 구비 돌아서 산하를 감싸안아 한량없는 자적에 들었으나 바람은 딱히 정해진 곳 없으니 오라하지도 가라하지도 않았건만 정 붙일 곳 마땅찮아 길 위에 서성인다 한때는 살가운 입김으로 열.. 배창호시인님 글방 2013.11.25
산 수국 / 淸草 배창호 산수국 / 淸草 배창호 솔바람 일어 하늘빛 닮은 네 거기에 있었더라 녹음 속에 펼친 아리따움 미소조차 임을 빼닮아서 능선을 오르내리는 담채淡彩 향이 세월 때 입힌 묵은 질그릇 같고 티 나지 않는 살가움에 도취한 나목은 그저 온몸으로 일산日傘이 되어 한 줌 햇살도 발붙이지 못하게 서있다 사시사철 올곧은 산죽山竹인들 수려한 미소 앞에 묵중함도 내려놓고 보니 산등성 살랑이는 바람이 홀로 고상한 척 다하지만 시절 인연도 한때인데 산그늘 곁에 있는 듯 없는듯하였어도 한여름도 그저 무색게 하는 벙긋이는 자태가 이토록 당찰 줄이야. 배창호시인님 글방 2013.11.20
갈꽃 억새는 / 淸草배창호 갈꽃 억새는 - 淸草배창호 - 은빛 가을살이 살갑게 일고 있다 언뜻 잠이 덜 깬 네 닮았어도 바람이 손짓하면 이내 길 떠날 채비를 서두른다 입김만 스쳐도 날아갈까 봐 가슴 졸여도 가을 찬 서리 신들린 나부낌이 참, 신통하다 누구 하나 어여쁘다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바람에 내맡긴 .. 배창호시인님 글방 2013.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