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시인님 글방 549

산 수국 / 淸草 배창호

산수국 / 淸草 배창호 솔바람 일어 하늘빛 닮은 네 거기에 있었더라 녹음 속에 펼친 아리따움 미소조차 임을 빼닮아서 능선을 오르내리는 담채淡彩 향이 세월 때 입힌 묵은 질그릇 같고 티 나지 않는 살가움에 도취한 나목은 그저 온몸으로 일산日傘이 되어 한 줌 햇살도 발붙이지 못하게 서있다 사시사철 올곧은 산죽山竹인들 수려한 미소 앞에 묵중함도 내려놓고 보니 산등성 살랑이는 바람이 홀로 고상한 척 다하지만 시절 인연도 한때인데 산그늘 곁에 있는 듯 없는듯하였어도 한여름도 그저 무색게 하는 벙긋이는 자태가 이토록 당찰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