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완(lov***) 2019-07-27 08:04:04
이런 아내가 있어 나는 행복하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려고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니 딸랑 천원짜리 지폐 한 장만 나왔다.
바지 주머니란 주머니는 모두 뒤져보아도 돈이란 찾을 수 없었다. 천원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 분명 돈을 집어넣고
집에서 나온 것이 분명했다. 이런 확신을 갖는 것은 평소 입고 다니던 바지에서 돈을 꺼내어 10만 천원을
책상위에 올려놓았다가 병원에 갈 차비를 하면서 입고 나온 청바지에 넣었었기 때문이다.
순간 또 사고를 쳤나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이 청바지가 나와는 운대가 맞지 않나보다.
10여년을 나와 함께 한 청바지이지만 이미 돈을 잃게 한 것이 두 번째이었었다.
같은 돌에 두 번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삶의 모토이었다. 그래서 돈을 잃지 않을 바지를 3개를 구입했었다.
모두가 바지에 주머니가 6개가 달렸고, 단추나 진드기가 붙어있어 돈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바지들이다.
그런데 오늘은 날씨가 무더워 습기가 차지 않아 쾌적한 느낌을 주는 청바지를 착용한 것이다.
돈을 넣고 병원에서 꺼내기만 하면 실수하지 않을 것이라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외의 약값에다 막내딸이 어깨가 아프다고 약을 사오라고 해서 10만원이 초과될까 싶어 카드를
챙겨가지고 갔기 때문에 난처한 상황을 면할 수 있었다.
약을 구입하고 자동차에 문을 열어 운전석 주변에 혹시 돈이 빠졌나 찾아보았으나 돈은 없었다.
집에서 나오면서 자동차 시동을 걸어놓고 집사람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어 전화를 꺼내면서
차에 빠졌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기 없으니 틀림없이 집의 책상위에 돈이 있겠지 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책상 위부터 확인해 보았다. 그러나 돈은 없었다.
입고 있는 청바지가 미워졌다. 침대에 벌렁 누워서 돈이 어디서 빠졌을까를 다시 추리를 했다.
막내딸에게 전화를 해서 의사와 증상을 말하도록 했었다.
전화기 꺼내면서 돈이 따라 나와 흘린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10만원 가지고 남자가 좀스럽게 병원에 확인 전화를 할 수 없어서
집사람이 잘 아는 병원이니 집사람에게 확인을 부탁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한다.
아내가 “ 왜요?”
서방 “병원에서 혜영이가 의사와 통화하도록 휴대전화를 꺼낸 적이 있는데
그 때 휴대전화와 함께 돈이 빠진 것 같아. 그러니 병원에 확인을 좀 해봐.”
와이프 “얼마나 되는데요?”
서방 “7만원”
서방은 거짓말을 한 것이다.
장사꾼이 10만원 하면 비싼 것으로 생각하지만 9만 8천원하며 싸게 느껴지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의사가 주어놓았다면 3만원 빼고 7만원 주겠느냐는 확신이 있어서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내에게서 전화가 없었다. 좋은 소식이라면 곧바로 연락이 있었을 것이다. 잃어버린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나는 그 돈이 그렇게도 아까운 것이다. 그것은 한 달에 조금씩 용돈을 주면 절약해서 쓰고
3개월을 모은 돈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재즈댄스 동아리에서 가끔은 품위 유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7월 말은 주민 센터 프로그램이 방학에 들어간다. 회식을 하고 커피 마시러 가자고 하면 뺑소니 쳐야 할 신세인 것이다.
카드가 있지만 여인들에게 커피사주는 것을 좋아할 아내가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카드를 긁지 않는다.
아내가 저녁 무렵 돌아왔다. “병원에 돈이 빠졌다고 하네요!”하며 만원짜리 돈으로 한 묶음을 내밀었다.
세어보니 7만원이었다. 분명히 돈은 잃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아내는 나에게 7만원의 돈을 건네주었다.
돈을 잃어버리고 내가 얼마나 속상해 할까를 아내는 생각한 것이다. 10만원을 잃어버렸다고 했으면
10만원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의 남편 생각하는 깊은 마음은 확인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빙그레 웃어 주었다. 아내도 따라 웃어주었다. 거짓말이 아내의 속마음을 알게 하였다.
돈을 잃고 아내의 마음을 얻었다. 거짓말도 좋을 때가 있고, 잃고도 얻는 방법이 있음을 깨달게 하였다.
이런 아내가 있어 나는 행복하다. 오늘따라 아내가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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