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우(khw***) 2019-06-24 22:00:40
“야!! 정말 이 꽃은 이렇게 산과 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임금님이 사시는 궁궐 온실에서나 겨우 볼 수 있었을 만큼 아름다운 꽃이로구나”
이 곳 강원도 산골마을 작은 교회로 처음 부임하여 왔을 때.. 그러니까 벌써 근 20년 전 즈음 첫 봄 어느 날에
교회 건물 뒤편에 피어있는 금낭화를 처음 보면서 그 아름다움의 모양과 청초함의 분위기에 그렇게 감탄 하며
아내를 불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옛날 우리나라 왕궁에 정말 ‘온실’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때의 느낌과 감동이 그랬습니다. 금낭(錦囊)이란 ‘비단주머니’라는 말이니까 우리말로 이 꽃 이름은
‘비단주머니 꽃’이라 하겠네요. 그래서 부지런히 백과사전을 찾아봅니다.
“금낭화(錦囊花) 쌍떡잎식물 양귀비목 현호색과의 여러해살이풀. 산지의 돌무덤이나 계곡에 자라지만 관상용으로도 심는다.
높이 40~50cm이다. 전체가 흰빛이 도는 녹색이고 줄기는 연약하며 곧게 서고 가지를 친다. 잎은 어긋나고 잎자루가
길며 3개씩 2회 깃꼴로 갈라진다. 갈라진 조각은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의 쐐기꼴로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는
결각(缺刻)이 있다. 꽃은 5∼6월에 담홍색으로 피는데, 총상꽃차례로 줄기 끝에 주렁주렁 달린다.
주머니꽃이라고도 하며 어린잎을 채취하여 삶아서 나물로 쓰기도 한다. 한방에서 전초를 채취하여 말린 것을
금낭(錦囊)이라고 하며, 피를 잘 고르고 소종(消腫)의 효능이 있어 타박상·종기 등의 치료에 쓴다.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이다. 중국이 원산지로 여겨졌으나 한국의 천마산, 가평, 설악산 등지의 중부지역
산지에서 자생하는 것이 확인되어 한국도 원산지임이 밝혀졌다.” 라는 설명입니다. 타박상, 종기 등의 치료에도
활용되는 약용식물이라고 하니 기특하기도 하여 더 예뻐 보입니다. 또 꽃말이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에도 눈길이 가는데 그렇듯 비단 주머니 같이 예쁜 꽃들이 쪼롬하게 서 있는 모습으로 나란히 줄기에 매달린
모양들은 마치 줄을 선 모양과도 같아서 순종과 복종의 모습을 연상케 하여 그런 꽃말이 생겨난 것 같기도 합니다.
‘차렷, 앞으로 나란히’ 허허.
그러한 모습의 금낭화에서는 먼저는 꽃의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 그리고 다친 사람을 치료하는 약으로서의 효능,
또 순종과 복종의 모습에 잘 어울리는 꽃말 등이 있어서 그래.. 더욱 참 예쁜 꽃이며.. 아마 좀 더 깊이 찾아보면
그 꽃 금낭화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전설 따라 삼천리 오늘은 금낭화
꽃말에 얽힌 사연을 들려드리겠습니다요..”
반세기 전에 활동하셨던 라디오 성우 ‘구민’ 선생님의 구수한 목소리에 실려지는 사연과 이야기들 같은 것으로서 이지요.
허허 불현 듯 그 ‘전설 따라 삼천리’의 진행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듣고 싶습니다.. 흑백TV가 마을에 한 대 쯤 있었던
시절이었던가.. 모두들 라디오 앞에 옹기종기 몰려 앉아서 들었던 ‘전설 따라’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무서운 것들이라서
어두움이 내린 방송시간대의 골목 안을 조용하게 만들어 놓기도 하였지요. 참 인기가 많았었고 그래서 영화제목으로도
몇 번 나오기도 했는데.. 전설 따라 삼천리.. 무서움의 대명사.. 휴..
비단주머니라.. 주머니라면 무엇을 담는 용구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옷인 한복에는 옷에 붙어있는 호주머니가 없고
대신 허리춤에 차고 다니는 ‘복주머니’ 모양의 것이 있었지요. 호주머니가 없이 살아온 전통의 풍속에 영향을 받았기에
‘호주머니에 손을 찌른 모양’의 입수보행(入手步行) 불가(可)의 모양이 우리나라 국군의 ‘군인다운 모습’으로
규정되어 그렇듯 내려 온 것 같습니다. 요사이 군복무 규정도 그러한지..
호(胡)주머니는 이름그대로 ‘호족(胡族)들의 주머니’로서 압록강을 건너 호국(胡國)에서 추수철만 되면 내려와서
행패를 부리곤 하였던 오랑캐들의 옷가지 모양에서 유래하여 전해진 것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우리 사회 속에서
‘호’자가 들어간 여러 이름들 곧 ‘호떡’은 오랑캐들이 만들어 먹던 떡이라는 이름이고, 호도(胡桃)는 ‘오랑캐들의
복숭아’라는 뜻으로 역시 중국에서 전해져 온 것이 우리나라의 토양에 녹아든 모양이 된 것들이지요.
같은 맥락에서 서양(西洋)에서 들어온 풍속의 모양들에게는 다 양(洋)자를 붙여 양복(洋服) 양장(洋裝) 양식(洋食)
양산(洋傘).. 등의 이름을 갖게 되었는데 반대로 우리의 것이 외국에 가서 한장(韓裝) 한식(韓食) 한악(韓樂)의
모양들로 자꾸만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하긴 이미 한류도 있고 방탄소년단도 있으니까.. 파이팅!!
우리나라의 ‘주머니’는 호주머니처럼 분리할 수 없는 ‘내 것’의 모양으로 몸과 옷에 붙박여 있는 스타일이 아니라
언제든지 함께 보며 꺼내주고 받아 담고 또 통째로 주어버릴 수도 있는 ‘인심 좋은 모양의 개방형’이었던 것입니다.
그러한 우리 민족의 ‘주머니 정서’가 다시 되살아나야 할 텐데.. 이제는 옷 한 벌 속에도 ‘호(胡)주머니’를 여러 개씩
만들어 붙여서는 자기 것을 누가 볼 세라 꼭꼭 감추고 있는 모양새가 되어버렸으니 사람들의 마음도 그러한 모양을
따라가면서 자꾸만 메말라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고 쯧쯧 하는 마음이 될 때도 있습니다.
에잇, 그냥 법으로 호주머니 곧 오랑캐주머니의 모양을 금지시켜 버린다면 어떨까 허허.
금의 전개 솜씨가 없어서 금낭화에서 오랑캐로 까지 나아갔습니다만, 그래서 금낭화의 꽃주머니 모습에 주목하게 됩니다.
단순히 예쁘고 아름다움을 떠나서 그렇게 쪼르르 나란히 매달린 모습이 마치 ‘나를 가져가세요.’ ‘나를 떼어가세요.’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 같기도 하여서입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주어질 것의 기대로 순서를 지어 서있는 모양이라고
생각을 하면 마음이 훈훈해지는데.. 아마도 우리 사회의 작금의 모습들이 내 것을 내어 놓기는커녕 자꾸만 더 깊고
깊은 호주머니 속으로 꽁꽁 감추는 모양들이 되어가는 형국이라서 더욱 그런 것 같고.. 이 방면에 소질이 있거나 비슷한
류의 사업을 하는 분들은 한 번 ‘우리나라 복주머니 패션’ 쪽으로 접근해 보는 것을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여도 봅니다.
금낭화.. 그 예쁘고 청초한 모양을 바라보면서 이런 저런 여러 가지 생각을 하여 보게 됩니다.
그래 금낭화야.. 오래 오래 내 곁에 살면서 봄마다 그 예쁜 곳을 피워주려무나..
이미 벌써 한껏 고맙고.. 그래 사랑한다...
- 산골어부 2019511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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