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훈훈한 안내 간판

덕 산 2019. 6. 10. 11:06








 

김홍우(khw***) 2019-06-08 20:04:06

 

주차 및 화장실 편안하게 사용하시고

현관과 테라스에 차와 커피를 준비해 두었으니

식사를 안 하셔도 잠시 쉬었다 가세요.“

우리 동네로 들어오는 초입의 식당 짱돌네 어곰탕앞에 걸어놓은 안내판입니다. 도로변에서 약간 비스듬히 

올라간 언덕 위에 크고 시원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이 식당은 어()곰탕과 어()탕국수를 주 메뉴로 

하고 있는데 강에서 잡은 잡어들로 걸쭉하게 끓여낸 국물에 밥 혹은 국수를 말아 내는 음식인데 제가 엊그제 

우리 교회 식구들과 먹어보니 음 분명히 별미입니다. 광고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한 번 드셔 볼 것을 권해보고 싶네요.


쯧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음식이야기가 아니라 그 식당 입구 쪽에 테이블과 의자들을 여럿 내어놓고 누구든지 

잠시 쉬었다가갈 것을 권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스듬한 아래쪽으로 좋은 경치를 내려다 볼 수 있으며 

커피와 차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물론 다 무료이지요.. 그래서 가슴이 훈훈합니다. 그래 얼마나 따듯한 가슴의 사람이겠는가..

그게 다 손님 끌기 위한 방법이에요. 차 마시며 앉아 쉬다가 식당에 들어와서 밥 사먹으라는 거죠 뭐.”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혹 주인의 계산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꼭 그렇게 꼬집어 해석을 할 필요가 

무엇이겠는가.. 그만큼 세상에 시달리며 살아왔다는 것이겠는데 그런 티를 그렇게 낼 필요가 있겠는가.. 

그냥 거기에 쓰여 있는 대로의 내용을 감사로 받으면서 차도 마시고 쉬기도 하면 될 것을... 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 마련된 자리는 식당 입구와는 거리가 있고 식당 영업을 하는 집에서 테이블 대 여섯 개와 의자 십 수개를 

돈 되지 않는 일에 저렇듯 그것도 무료 차와 커피와 함께 내어 놓고 또 화장실도 편안하게그 사용을 허락 한다고 

하는 것은 아무리 인색한 눈길로 본다고 하더라도 보통 사람들의 영업 셈법에는 맞지 아니하는 모양으로서 그로 

미루어 볼 때 분명히 착한 마음의 소유자가 그렇게 길가는 이들을 위하여 넉넉한 마음으로 기꺼이 행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요 그래서 생각할수록 훈훈한 마음이 됩니다.


TV에서 보았던 어느 외국 식당의 한 장면이 생각납니다. 한 여자가 식당에 들어가서 사정이 급하니 화장실을 좀 

사용하자고 하였으나 주인은 손님이 아니면 안 된다라고 강력히 거절 몇 번 사정을 하던 여자는 그 홀 안에서 

그대로 바지를 내리더니만..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것을 저처럼 보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참 기가 막히고 눈을 

감게 하는 장면.. 하긴 그러니까 바다 건너 우리나라까지 와서 그렇게 TV 영상으로까지 소개가 된 것이겠지요.. 

참 놀랍고 희한한 세상이라더니 쯧..








1970년 대 후반 무렵까지만 하여도 서울 시내를 다니다가 갑작스럽게 용변을 보려면 쉽게 찾아 들어 갈 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길거리 식당들은 물론 상기한 외국처럼 거부를 하였고 공공기관이나 은행 같은 곳으로 뛰어 들어가 

보아도 목석같은 경비아저씨가 막아서거나 화장실 문이 잠겨 있는 곳이 태반이었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준 경우도 많았지만 그 중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되는 경우의 일들은 아마도 없었을 것 

같은데 허허 제가 당한(!) 경우가 그러하기에 이렇듯 모든 이들을 끌어안고 도매금으로 함께 씩씩하게 가려는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생각을 하다 보니.. 그래 지금은 그것 하나만 보아도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옛날 시급하고 황급하여 두 다리를 이리 꼬고 저리 꼬며 힘을 주었던 일들이 눈앞에 떠오릅니다. 그래서 지금 

빌딩들의 대부분 화장실들이 언제나 개방되어 있다는 모습에 크게 감동하고 안도하는 이제 60대 중반.. 

그러나 아직은 돈을 내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사람입니다. 그래, 조금만 참고 기다리자 65세의 혜택을 위하여!! 허허.


그래요.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다 그 시절 속의 이야기들이며 장면들이며 또 그렇게 지나가는 것들이며 지나간 

것들이지요. 한 세대 쯤은 지나버린 옛날 농촌에서는 아무리 급해도 다른 집에 가서 똥 누지 마라.”고 아이들에게 

주지시켰다고 하지요. 허허 무슨 이유인지 짐작이 가시죠? 그리고 그렇다면 누군가가 우리 집으로 똥 누러 오는 것을’ 

쌍수를 들고 적극 환영하였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러더니 도심이 형성되고 그 풍속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치달으며 

행여나 올세라 꼭꼭 걸어잠그고.. 그 모두가 자신의 작은 이익이라도 침해당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양보하지 

못하였던 모습이었습니다.


다행히 어느 때부턴가 그렇듯 급한 용무의 화장실 사용 걱정은 거의 없어졌지만 함께 사라졌으면 좋았을 인색한 

인심의 모습의 잔재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예를 들면 거리에 

나가보아도 쉬어 갈 수 있도록내어 놓은 의자 같은 것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지요. 혹시..하고 앉아보려면 

메뉴판을 든 종업원이 득달같이 달려오지요. 그래서 우리 도심 속에서 아무나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빈 의자라고 하는 것은 공원이나 한적한 한강변 같은 곳이 아니고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의자 한 개 테이블 하나도 모두가 먹고 사는 일에 연계가 되어 있는 탓이라고도 하겠습니다만, 그렇듯 먹고 사는 일이 

이렇듯 야박한 인심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라면 이 즈음에서 우리 다 같이 함께 생각하여 보는 국민각성의 시간도 

지금 막 시작 되고 있는 생존수영의 모양처럼 좀 더 가르치고 좀 더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생존수영이 생명을 살리기 위하여라면 또 더 아름다운 삶과 사회를 위하여라는 명제도 거기에 뒤져야 할 

이유는 꼭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한 때에 상기한 내용의 식당 간판을 보게 되니 너무나도 반가운 마음에 사진까지 찍어서 홈피에 올려놓은 것이지요

아무나 와서 편안하게 화장실을 사용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의자와 테이블을 사용하여 편히 앉아 쉬면서거기에 더하여 

누구라도 부담 없이 차와 커피를 마음대로마실 수 있다는 곳.. 거기에 이렇듯 제가 감동하는 것은 역시 꼰대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요 하지만 역시 닫힐 듯 눈치를 보고 있는 내 속의 인심만큼을 열어 놓고 싶고 또한 우리 사회 

우리 세상의 인심들은 그렇듯 열려지기를 바라는 꼰대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외치고 싶군요.


베이비 붐 시대를 차고 나온 시대의 역군 꼰대들이여!! 그 동안 너무 많은 수고를 감당하느라고 고생들 하였습니다

이제 우리들의 시대는 석양과 황혼의 모양으로 저물어가고 있지만 우리가 시대를 엮어낸 역군들이었다는 것을 

마지막 불꽃의 모양으로 세상에 알리며 산화합시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주인공들이며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는 

우리의 장성한 자녀들이 더 좋은 세상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우리 시대의 인심이야기들을들려줍시다


큰 배를 움직이는 것은 아주 작은 키입니다. 귀담아 듣지 않아도 진정을 담아 다시 또 들려줍시다

머릿속에 새겨지고 마음에 담겨지고 무엇보다도 가슴에새겨지도록 이곳 강원도 산골 원주 황둔 찐빵 마을에서 

발현된 작은 인심의 잔물결이 점점 더 큰 물결이 되어 우리 모두에게 웃음과 기쁨을 줄 수 있고 그래서 우리 사회 

모두가 더욱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 산골어부 201968 / 출처 : 조선닷컴 토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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