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노(rho***) 2019-05-28 17:46:45
중국에서 '중국'을 국명으로 사용하기 훨씬 전부터 일본에 '중국'이란 지명이 있었다.
일본은 옛날부터 지역 명칭에 나라 국(國) 자를 사용하는 관습이 있다. 예를 들면 간사이 지방을 서국(西國),
간토 지방을 동국(東國), 가와바다 야스나리(川端康成)의 소설 제목 설국(雪國)처럼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다.
일본 혼슈 서부에 위치한 돗도리, 히로시마, 야마구치, 시마네, 오카야마 5개 현도 이러한 관습에 따라
'중국'이라고 호칭했다. 이렇게 부르기 시작한 것이 AD 800년 경부터라고 한다.
이에 비하면 중국의 '중국'은 역사가 매우 짧은 편이다. 물론 중화(中華)라는 이름은 뿌리가 깊지만 국명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00년을 갓 넘은, 1912년 신해혁명 이후의 '중화민국'이 최초다. 그러나 당시에는 약칭으로
'중국'보다 '민국'을 더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전전 일본이 '대일본제국'을 제국으로,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약칭으로 공화국이라고 하는 것처럼. '중국'이 지금과 같은 국명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뒤였다.
일본에 '중국은행'이라는 이름의 지방은행이 있다. 1950년대 초 어느 날, 이 은행에 중국 정부가 보낸 서신이 도착했다.
'중국'이란 명칭을 사용하지 말라는 요구였다. 자신들의 '성스러운' 국명을 상호로 사용하지 말라는 취지였다.
이 요구는 당연히 묵살되었다. 일본의 '중국'은 1,200년 전부터 사용해 왔기 때문에 우선권이 있는 데다,
중국을 우습게 보는 일본인들의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결국 중국은 면박만 당했고, 일본의
'중국은행'은 여전히 건재하다. 중국의 체면을 생각해서 일본 내 중국을 표기할 때는 지방이라는 말을
반드시 붙여 '중국 지방'이라고 표기한다고 한다.
전전까지 일본은 중국을 지나(支那)로 호칭했다. 지금도 개인 저작물이나 인터뷰 기사에서는 중국을 지나(支那)로
표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일전쟁을 '지나 사변'이라고 하는 것처럼. 중국인들(國共 모두)은 이것을 굉장히
모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전후 중국 국민당 정부가 동경의 GHQ에 연락하여 일본에서 지나(支那)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 후 신문이나 공식 문서 등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중
국 입장에서는 중국을 중국이라고 하지 않는 것이 모욕적일 수도 있지만 비하할 의도가 있는 것 같지 않다.
고증에 의하면 옛날 불교 전래 시 인도에서 중국을 지나(支那)로 호칭했다고 한다. 중국엔 중국인조차도 다 알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왕조들이 명멸했고, 왕조마다 각각 독자적인 국명을 갖고 있었다. 淸 明 元 漢 秦 唐 宋 .. 등등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다. 非중국인 입장에선 이들을 하나로 통칭할 수 있는 호칭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지나(支那)가 사용되었을 것으로 본다. 여러 설이 존재하지만 진(秦) 나라를 '시나'로 표기하기 시작한 것이 China가
된 것 같고, 지나(支那)의 일본어 발음이 시나인 점을 보면 지나(支那)가 중국의 멸칭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런 중국은 자신들은 세상의 중심에서 빛이 나는 화려한 존재고, 주변을 거리낌없이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이라며 음습한 야만인으로 당당하게 멸칭한다. 그 버릇은 고치지 못하는지, 이번엔 화천에 있는 파로호(破虜湖)
명칭을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트집 잡고 있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도 파로호의 유래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나도 군 복무를 화천에서 했기 때문에 알았다. 덩칫값도 못하는 쪼잔하기 이를 데 없는 놈들이다.
이러다가 '짱깨'라는 말도 시비를 걸어올지 모르겠다.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