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어버이날에 돌아보니

덕 산 2019. 5. 16. 09:11

 

 

 

 

 

 

 

 

어버이날에 돌아보니

 

김홍우(khw***) 2019-05-14 14:50:29

 

지난 58일은 제 47어버이날이었습니다. 1973년 제가 고등학생 시절인 때에 처음 그렇게 제정되었는데

사실은 명칭 변경 및 재지정이었던 것이지요. 왜냐하면 그 이전 195658일에 어머니 날이 제정 되었고 다만

그 명칭이 어버이날로 바뀐 것이니까요.. 19565월이라.. 허허 제가 세상에 나온지 만 13개 월 쯤이 지났던 때군요.

당시는 아직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시절이었고 한국동란의 상흔이 곳곳에서 여전히 화약 냄새를 뿜어내고 있을 때인데..

 

그 와중에도 정부에서는 어머니들의 수고와 헌신 그리고 노고를 기려서 어머니날을 정하였던 것인데 물론 미국의

영향을 상당히 받은 것이라 하겠지만 아무튼 좋은 일 아름다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어머니라는 이름은

매일 기리고 감사하여도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늘 모자랄 정도로 사랑의 헌신 그 자체의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어버이란 어머니와 아버지의 합성어로 만들어 쓰는 것인데 어머니날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어버이날이라고 하면

어쩐지 더 어른스럽고 그래서 더 나이가 드신 분들의 모습이 얼른 연상되는데 저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손가락을 입에 물고 어린이 날을 기다렸던 어린아이가 그래.. 하는

긴 호흡으로 어버이날을 맞이하는 어버이가 되기까지는 오래거나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비록 우리 아이들이라 하여도 어버이라는 호칭으로 나를 겨냥하여 불러지는 것에는 익숙지 못합니다.

저는 이 곳 강원도 산마을에서 지내고 있습니다만 어버이날 아침 일찍이 이제는 다들 장성하여 서울에서 직장

생활들을 하고 있는 딸아이들에게서 자신들의 어버이인 아빠 엄마에게 아침 일찍이 문자가 각각 왔습니다만

내용과 어투가 재미있습니다. 

어버이날 축하 합니당~ 늘 건강하세용~” 

이제는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서 큰 녀석은 물론 작은 아이도 엄마가 되었을 수도 있는 나이들이건만 그 보낸 문자

속에서는 여전히 어린아이의 냄새가 풀풀 납니다. 그래 고맙구나 다만 아빠 엄마에게 더 고마운 일을 하려면 빨리빨리

짝들을 찾아 시집들을 가서 너희들이 엄마가 되는 것임을 이 어버이날에 다시 한 번 마음에 잘 새기어라.

(그런데 또 막상 시집들을 간다고 하면 굉장히 서운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결혼식장에서 신부의 아빠들은 거의 모두

눈물을 글썽이며 운다고 하지요.. 난 안 울어야지 암, 안 울어야지 다짐을 해보기는 합니다만 그 생각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찡해오니.. 괜한 장담보다는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지..) 

 

 

 

 

 

어버이날 선물이라며 보내준 초록색 분홍색 남방을 번갈아 입어가면서 마당을 한 바퀴 휘 돌고 있자니 새 옷을

입었음에도 오늘은 왠지 쓸쓸한 느낌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일어납니다. , 나이가 들면 마음이 약해지고

감상주의자가 된다고 하더니만.. 이제는 조금 후 내년이면 65.. .. 정말 마음은 청춘인데 몸은 안 따라주고..

그래서 조금 전에 친절하게도 집까지 배달되어 온 건강검진 결과통지서를 보니 당의 수치가 조금 있는 것 외에는

대부분 양호한데 권면사항으로는 근력운동이 있군요. 몸에 근육조직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지 아니하면

쉽게 각종 질병에 무방비로 쉽게 노출 된다고 친절한 문구로 쓰여 있습니다. 

, 그래요.. 내 몸에 근육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소싯적에는 제법 울퉁불퉁도 하였고 잉잉 힘을 주면서 알통 자랑께나

하곤 했던 몸인데 이제는 그 모두 추억의 장면들이 되었습니다. 10대 후반 시절 저녁 무렵이면 동네 친구들과 왕십리

꽃재 언덕 골목길을 장악하고 아령이며 역기며 운동기구들을 내어다 놓고 근육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한 골목근육을 가지고 여름이면 해수욕장에 가서 괜히 팔다리와 가슴팍에 힘을 주고 다녔고 군대에 가서도

야너 몸좋다.”소리를 고참 들로부터 듣기도 하였건만 이제는 그야말로 아옛날이여가 되어버리고 말았으니

허허 과연 사람의 일생은 결코 길다고 할 수는 절대로 없는 것 같군요 

건강하고 튼튼하며 근육도 짱짱한 아빠의 모습을 사랑하는 딸아이들에게 언제까지라도 보여주고 싶었건만 이제는

폭삭 가라앉은 가슴팍.. 가늘어진 팔다리.. 배는 왜 이렇게 혼자 불쑥 나오는 것인지.. 샤워 후에 거울 속에 드러난

나의 몸매에 내 것임에도 불구하고 애정의 눈길로 보게 되지를 않네요.. 허허 쯧,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것은 여전히

나의 인 것을 그래서 돌아보면 그야말로 영욕의 몸뚱아리입니다. 화려하고 찬란했으며 팽팽하고 기름기 많던

시절이 있어서 그저 어디서든 윗도리 벗어던질 기회만을 노리곤 했었는데 그때가 바로 내 몸의 전성시대였었지... 

그리고 세월은 흘러 이렇게 그 무거운 근육들을 모두 내어던진 홀가분한(!) 모습이 되어서 누군가를 목욕탕에서

마주치게 될까봐 은근히 신경을 쓰는 작금의 나의 현재가 되어버렸구나.. 늙으면 누구나 젊은 시절을 그리워한다고 하였던가..

그때 사진이라도 좀 많이 찍어 놓을 걸 자식들과 또 손주들이 생기면 아빠와 할아버지의 젊은 날의 모습을 자랑이라도 하게..

허허 뭐 그 또한 부질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만 그냥 잠시라도 와우리 아빠또는 야 우리 할아버지하는 과장된

환호라도 들을 수 있다면 그 순간만큼이라도 그 시절 그때처럼 히히웃으면서 행복하지 않을까.. 

근력강화운동을 하라고.. 그래서 오랜만에 이곳저곳 둘러보니 30대 중반 즈음까지도 열심히 사용하였지만 지금은

먼지만 쌓여있는 운동기구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3파운드 5파운드.. 무게 별로 있는 아령들.. 덤벨.. 완력기 등등 있는데

상태를 보니 지금 당장이라도 사용에 아무런 문제들은 없어 보입니다. 그래.. 시작 좀 해 볼까.. 아놀드 슈워제네거 까지는

물론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균형 잡힌 몸매는 유지하여야 건강하다는 것이겠지.. 남들 보기에도 좋고.. 

아이들에게도 방아깨비 팔다리에 배만 불쑥 나온 아빠의 모습보다는 균형 잡힌 모습이 더 보기 좋을 것인데 또한

건강의 확인도 거기에서 나오는 것이 많은 만큼 자칫 아이들에게 안겨 질 수 있는 아빠 엄마의 건강 염려도 덜어 줄 수 있는

것이어서 근력운동 재개의 다짐을 마음속으로 암 암하면서 꼭 꼭 하게 됩니다. 또 마치 청소년 시절 때처럼 부푼 꿈도

꾸어 봅니다. 2년마다 한 번씩 하는 것이던가.. 다음 번 건강검진 때에는 건강 이상무, 40대 정도의 근력신체,

각종 질환 및 질병의 발생확률 0.1%.. 하는 통지서를 받아보면서 역시 그 옛날 그 시절 때처럼 히히히하고

웃어보는 것을 상상으로 떠올려 봅니다. 허허. 모두들 건강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산골어부 2019514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0) 2019.05.23
노화와 노쇠는 다르다.  (0) 2019.05.21
먹고 살 걱정 없다..   (0) 2019.05.07
'love potion number 9' 노래를 아십니까?  (0) 2019.04.30
온고지신.   (0) 2019.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