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봄은 오고 있다는데

덕 산 2019. 2. 11. 15:24

 

 

 

 

 

 

 

 

구흥서(khs***) 2019-02-10 18:45:00

   

바람이 분다. 추녀 끝에 풍경을 달아 놓았더니 바람이 불때마다 바람의 모습이 들려온다.

북쪽에서 찬바람이 불어와 체감온도를 떨어트려도 기분이 좋다. 몸을 움추리고 바라본 하늘..

그 하늘은 코발트색 그 자체였다. 이제 가슴을 펴고 크게 숨을 들이킬수 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기분좋은 알싸함...맑은새봄 이 주는 기분이다.

 

양짖쪽 화단엔 지난가을 잎을 떨구지 못한 풀들의 잔해가

갈색의 메마름을 유지한채 겨울을 견디고 있었다.

 

파릇한 새빛이 미미하게 아랫부분을 물에 적신듯

밀고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봄이오는 것이다. .......

 

삶은 늘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봄이 되면 무언가가 새로울 것 같고 새로움에서

새 힘이 솟구쳐 간절히 바라는 것들이 한번에 세상의 색갈을 바꾸듯

그렇게 소원하던 것들이 이루어 질 것 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희망의 봄 이라는 말이 우리들 가슴속에서 새록새록 씨눈을 틔우고 일어나

무성하고 우람한 싱싱한 초록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살림살이가 언젠가 부터 조금씩 흔들리는 것같아 안간힘을 쓰고 버티고 있다.

쓰나미처럼 밀고 들어오는 세파는 나 뿐만이 아닌 이나라의 많은 사람들의 집과 삶의 터전을 흔들기 시작했다.

벌레가 나무잎을 갉아먹듯 소리없이 파고드는 것 같은 삶의 터전의 상실이 아주 작은 흔들림으로 내스스로도

알듯 모를듯 그렇게 삶을 파고 들어온다. 참말로 희안한 세상이다. 경제규모나 국민소득은 늘어나 선진국의

대열에 올라섰다고 하는데 어찌 이렇게 다가오는 시간의 무게가 두려운지 모르겠다

 

우리국민의 평균수명은 선진국대열에 올라섰다. 의료보험이 정착을 해서 건강을 미리 챙기라고 독촉을한다.

치매매형을 간호하는 늙은누나 가 치매로 들어섰다."보고싶다..얼마나 더 볼수 있으려는지..?" 안타까운

목소리가 전화기 속으로 파고들어 가슴 한쪽이 찌르르 전율이 왔다.나와 열두살 차이인 누나가 "더 살면 무엇하니.." 라며

희망을 내려 놓으려한다. 봄이 시작되는 지금 만물은 모두 잠에서 깨어 새로움을 준비하고 있는데 ....

 

희망이 크면 좌절 역시 크게 남아 이젠 아주작은 것들을 희망의 맨앞에 놓고있다. 건강이다.

스스로 지킬수 있는 건강을 위해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예전같지 않은 몸을 다독이는

것부터 지난날의 창창했던 힘들이 사그러지려는 것들을 기필코 막아보려는 부단한

노력으로 좀더 오래 버텨 내려는 의지를 세웠다.

 

 

 

 

 

 

하루의 일과가 이렇듯 무료하다면 사는의미 가 없다. 무언가 새로움이 아니라 해도 잊혀지지 않으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함에 내 생의 마지막 숙제들을 하나하나 적어놓았다. 큰집을 작은 집으로 옮기기,

아내를 위해 노후자금남겨놓기, 손주들을 위해 매번 격려의 편지글 남겨놓기, 아이들과 시간을 내어

만나 얼굴 마주하며 가족이라는 사랑의 울타리를 만들어 놓기, 그리고 내몸 건강지키기,

책을 많이 읽고 고요히 마지막 으로 입을 옷을 준비하기 등등의 소소한 것들이다.

 

말수를 줄이다 보니 아내와의 대화가 줄어든다. 아내는 연속극 나는 뉴스와 다큐..그리고 음악,

그래서 온종일 같이지내는 아내외의 대화를 생각해보았다.서로 의 존재 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시기이지만

예전에 비해 말이 너무많이 줄었다, 대신 테레비화면 속에 출연자들이 말을 대신해 준다.

같이 듣고 같이 바라보는 것으로 대화를 대신하는 게 멋적어 말을 건네도 특히 새로운 말이 없다.

애들이야기 손주이야기 ..이렇게 시시하게 인생이 늙어간다

 

요즘 큰스님 들의 법문을 많이 듣는다. 큰스님들이 쓴 책을 많이 읽으며 그들이 주는 삶속에 생각과

위로를 가슴으로 받기 시작했다."언젠가 이세상에 없을 당신을 사랑 합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등등

책의 제목이 제법 경건하다. 마지막을 두려워 하지말고 의연하게 옷을 갈아 입으라는 충고가 있었다.

 

오늘은 새학기2학년 올라가는 외손녀에게 편지를 써서 보낼것이다.여덟살인 손녀와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의 교감이 긑 감동이야 있을까 마는 내가 정해놓은 할아버지의 의무사항 이기에

딸의 가족 모두에게 편지를 써서 못다한 마음을 전할 것이다.

 

큰나무 아래 잔가지 가 가득하게 쌓여있다.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는 것도 힘에겨워 멀리 걸어가 위를 올려다 보았다.

봄을 준비하는 까치가 이미 커다란 둥지를 만들어 놓았다.봄이오면 알을까서 제 분신을 키울것이다.

 

오늘은 미세먼지 예보도 보통 이라고 했으니 밖으로 나아가 파란하늘 크게 들여마시고 마지막 숙제를

풀기위해 몸이라도 단련해야겠다. 그리고 휴대전화에 등록된 보고싶은 이의 번호를 하나하나 눌러

안부라도 전하며 아직 이세상에 존재함을 알리고 빈말이라도 "밥한번 먹자며" 지켜지지도 않을

슬픈 약속이라도 해야 겠다. 봄이니까.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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