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복(yor***) 2019-01-28 11:05:24
거의 모든 남자들은 평생 직장생활을 하다 정년퇴직 하게되면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여러 가지 생소한
현실을 만나게 된다. 우선 집안에 자기의 몸과 마음이 위치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직장에 다니는 동안 가정은 하숙처럼 되어 버렸으며 회사 사무실이 더 익숙한 공간이 된다.
다음이 가족들과의 관계다.
오래 동안 낮에는 집에 없던 사람이 갑자기 하루 종일 집안에 있다는 것은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부부사이라 해도 특히 아내에게는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남편의 존재가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다.
자녀들도 마찬가지다.
엄마와 자기들의 일상에 아버지라는 국외자가 끼어드는 것이다.
거실 소파의 자리가 바뀌게 되고, ,TV의 채널 선택에서도 그동안의 일상적 관행이 깨진다.
가족들에게는 이 모두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생소한 일들인 것이다.
한 가정의 가장인 남편에게는 또 다른 생소한 현실이 있다.
그게 경제권이다. 대개의 경우 남자가 정년퇴직하면 경제권은 이미 아내가 쥐고 있다. 사람은, 그게 가족이라 해도
돈이 나가는 손이 대접받게 되어있으며 매사 주도권을 가지게 된다. 자기 주머니에 돈이 없고 아내에게서
용돈을 타 써야 한다면 이 문제는 더 심각할 수 있다.
또 하나, 모든 부부사이에 문제가 되는 것은 남자가 '삼식이' 가 되는 것이다.
아내의 입장에서는 같이 나이든 처지에서 남편에게 하루세끼를 챙겨줘야 하는 것은 힘들고 불공평한 일이 될 수 있다.
사실 식사준비와 그 뒤처리는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여자들끼리 나누는 대화에서 삼식이 남편에 대한
성토가 가장 많은 게 그 이유다.
그래서 할 일없이 소파에 앉아있는 퇴직한 남편은 가족모두의 짐이 되어간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그 남편들도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런대로 자기만의 자리를 잡아간다.
그러나 그 과정은 힘들고 고달프다.
따라서 '준비' 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퇴직 후를 준비하는 일은 꼭 필요한 것 이기는 하지만 공통된 어떤 기준은 없다. 모두가 사람에 따라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의 얘기도 내 경우일 뿐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은 될 수 없다.
하지만 은퇴생활 20여년이면 체험담은 얘기할 수 있을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크게 참고가 될 것으로 믿는다.
한 개인이 퇴직한 다음에야 자리를 잡아가는 것과 현역일 때 미리준비 하는
것은 아주 다르다. 단단한 준비가 있으면 정년퇴직은 '또 다른 시작' 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사전준비는 중요하고 치밀해야 한다.
그 노하우는 체험자만이 알고 있다.
그래서 체험담이 가치가 있는 것이다.
선병자의원 이라고 하지 않는가.
은퇴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준비는 미리 '나의 공간' 을 확보하는 일이다.
크고 작은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확실한 '자기 공간' 만 있으면 퇴직과 함께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재' 다. 서재의 존재는 노년의 삶에서 그 질을 결정하게 된다. 우선 아주 실용적인 책상과
걸상이 있어야 한다. 읽고, 쓰는 행위는 문화적인 것이며 정신적인 작업이다.
이게 있어야 끝까지 젊은 정신으로 살 수 있다.
다음이 최고급의 안락의자다. 겉모양이나 값이 문제가 아니라 인체공학에 맞도록 디자인 된 것이라야 한다.
그래서 반드시 여러 번 앉아보고 가장 편안한 것을 골라야하며 가급적 외제를 권한다. 나는 폴란드제의
검은 가죽으로 된 안락의자를 샀는데 15년째 쓰고 있으며 아직도 튼튼하고 편하다.
노년의 삶에서 좋은 안락의자는 가장 가까운 친구다.
일상에서, 거기에 편히앉아 책과 신문을 읽고 음악을 듣고 TV를 보게 된다.
안락의자는 절대로 불편하면 안 된다. 그만큼 신중을 기해 가장 좋은제품, 내 몸에 잘 맞는 것을 구입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안락의자에 걸 맞는 조명기구도 잘 선택해야 한다. 그게 서재의 분위기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차디찬 형광백색은 피해야 한다. 그리고 책상에 앉았을 때 등 쪽에 있는 벽은 전면이 서가가 되도록 책장을 짜야한다.
책만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기호품들을 진열할 수 있다. 물론 주로 책을 사서 읽고 꽂아두게 된다.
책이 없는 서재는 단지 창고일 뿐이다. 책은 최고의 장식품이기도 하다.
손 때묻은 책들이 꽂혀있는 서가는 주인을 우아하게 하며 무게를 실어준다.
다음이 오디오세트, 지금은 유튜브로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다.
우퍼가 있는 스피커세트를 준비, 늘 음악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TV, 절대로 큰 것을 사서 높이 걸어놓으면 안 된다.
TV에 종속될 수 있으며 형식이 내용을 만드는 게 그런 경우다.
나는 32인치를 내가 안락의자에 앉았을 때의 눈높이보다 약간 아래쪽에 설치했다. 내가 주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쓰레기같은 지상파는 일체 안본다. 뉴스는 유튜브채널인 '펜앤마이크' 면 충분하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시리즈물들을 올레TV를 통해 시청한다.
물론 좋아하는 스포츠 중계도 빠지지 않는다. 일년의 반은 MLB를, 그 나머지는 NFL을 시청한다.
다음이 실질적으로 중요한 문제인 경제권이다. 나는 지금도 경제권은 내가 가지고 있으며 두 사람이 살지만
기본적인 모든 생활비는 전부 내 손에서 지출된다. 자동차의 경우, 거의혼자 차량을 쓰는 아내가 차량운행비를
지출하지만 보험, 자동차세 같은 기본금은 내가 지출한다.
남자가 아무리 퇴직했다 해도 경제권이 없으면 위축될 밖에 없다.
이점 잘 생각해서 정년퇴직 후에도 경제권을 계속 가지고 있을 수 있도록 세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손자들도 돈이 있는 할아버지를 더 좋아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남자는, 나이 들수록 돈이 있어야 대접을 받는다.
또 하나 현역일 때 깊이 생각해야할 문제는 퇴직 후의 적정생활비 확보다.
수입이 있을 때 저축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일반저축, 주식, 펀드, 연금 등 지금은 상품도 다양한 시대다.
내 경험으로는 수입의 30%는 노후를 위해 저축해야 큰 불편 없이 살 수 있다.
지금 우리부부는 경제적으로 완전독립이다. 그 누구에게도 손을 내밀지 않고 있으며 아들과 딸에게서
용돈도 충분히 받고 있다. 또 하나 해결해야할 문제가 '삼식이' 다. 이 문제는, 나는 수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접근했다. '요리하는 남자' 가 된 것이다. 우리 며느리는 밥만은 꼭 내게 부탁한다.
그만큼 나는 여러 가지 밥을 아주 잘 짓는다.
아들은 집에 올 때 미리 아버지의 '두부돼지찌개' 를 주문한다.
내가 처음 무우 나물을 만들었을 때 아내는 감탄하면서 말했다.
'어떻게 남자가 첫손에 이렇게 맛있게 만들 수 있어, 정말 어려운 음식인데,'
나는 내가 자당의 음식솜씨를 물려받은걸 알고 있다.
지금은 20가지가 넘는 반찬을 맛있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집 삼식이는 내가 아니라 아내다. 요리하는 남자는 식구들에게 대접받고,
본인도 그만큼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렸다.' 는 말은 참이다.
시선의 높이가 삶의 높이다.ㅡ 최진석.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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