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된지 여러 날 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건장마로 시작하더니...
몇 일 전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었다.
고속도로 절개지와 암반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시골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장마에 대한 추억이 무척 많다.
요즘과 같이 햇살이 숨어버린 장마철에 수확기의 강낭콩은 조그만 싹이
올라오면 온돌방 아랫목에 펼쳐놓고 불을 지펴서 건조하던 추억....
가믐으로 물이 귀해 먼지가 푸석푸석 나던 천수답에 늦은 모 심던 풍경 등
장마가 끝나길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따금 하늘을 바라보지만
짙은 구름은 언제라도 비가 내릴 듯 한 풍경이다.
일기예보는 다음주에도 내 내 장마가 이어진다는 방송을 하고 있다.
어제는 초복이었다.
삼복은 1년 중 가장 더운 기간으로 이를 '삼복더위'라 한다.
그러나 금년 초복은 더위 보다 장마로 습해서 불쾌지수가 상승하고 있다.
더위를 이기는 보양식으로 복날에 즐겨먹는 음식이 삼계탕(蔘鷄湯)이다.
딸녀석이 토요일이고 하니... 삼계탕 전문집에 예약했다며 전화가 왔다.
시내 외곽에 위치한 곳으로 집에서 40여분이나 걸려서 도착하니
삼계탕과 백숙만 하는 전문 음식점으로 시골집 같은 분위기로
마음을 편하게 한다.
마당 한 켠에 닭이 여러 마리 있고,
집에서 어미닭이 품어서 태어난 병아리도 여러 마리 보인다.
정자도 운치 있게 자리하고, 조그만 연못엔 연꽃이 피어있다.
사과와 복숭아 나무엔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려있는 풍경이
탐스럽고 마치 고향집에 온 느낌이다.
식당은 음식 맛도 훌륭해야 하지만 주변과 어우러진 경관이 훌륭하면
거리가 멀어도 사람들이 찿아 간다.
일요일 아침...
비가 그쳐서 옥상에 올라가보니...
대파가 약간 쓰러져 있고 고추는 장마 전에 보이지 않던 꼭지 부분이
누렇게 변해서 말라가는 것이 몇 개 눈에 띤다.
장마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 병이 생긴게 분명하다.
매 년 장마 후 찿아 오는 고추병이다.
고추 작황이 좋아 건 고추를 좀 얻겠구나 했는데 장마가 장난을 치고 있다.
작년에도 장마 후 대파뿌리가 썪어서 많은 량을 뽑아버렸는데...
금년에도 장마가 길어지면 뿌리가 또 썪을 것 이다.
상추는 굵은 빗줄기가 잎파리를 모두 구멍내버렸다.
장마가 걷혀도 상추를 먹으려면 한 동안 기다려야한다.
창밖에 빗소리는 여전하고 이따금 천둥소리가 들린다.
주말이면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찍으려 밖에 나가는데...
일요일 꼼짝 못하고 집안에 있자니 짜증스럽다.
이제는 파란 하늘과 햇살이 그리워 진다.
- 2013. 7. 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