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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만월 / 송진권

덕 산 2025. 10. 5. 15:11

 

 

 

 

추석 만월 / 송진권

 

애탕글탕 홀아비 손으로 키워낸 외동딸이

배가 불러 돌아온 거나 한가지다

동네 각다귀 놈과 배가 맞아

야반도주한 뒤 한 이태 소식 끊긴 여식

더러는 부산에서 더러는 서울 어디 식당에서

일하는 걸 보았다는 소문만 듣고 속이 터져

어찌어찌 물어 찾아갔건만

코빼기도 볼 수 없던 딸년 생각에

막소주 나발이나 불던 즈음일 것이다

호박잎 그늘 자박자박 디디며

어린것을 포대기에 업고

그 뒤에 사위란 놈은

백화수복 들고 느물느물 들어오는 것 같은 것이다

흐느끼며 큰절이나 올리는 것이다

마음은 그 홀아비 살림살이만 같아

방바닥에 소주병만 구르고 퀴퀴하구나

만월이여

그 딸내미같이 세간을

한번 쓰윽 닦아다오

부엌에서 눈물 찍으며 조기를 굽고

저녁상을 볼 그 딸내미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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