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바라보면 사라진다. / 법상스님

덕 산 2023. 4. 14. 12:35

 

 

 

 

바라보면 사라진다.

 

어떤 사람은 선과 악의 성품이
본래 실체가 없는 공(空)한 것임을 알지 못하고
꼿꼿이 앉아 움직이지 않으면서 몸과 마음을 억제하기를
마치 '돌로 풀을 누르는 것처럼 마음을 닦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큰 잘못이다.
그러므로 "성문은 마음마다 미혹을 끊으려 하지만
그 끊으려는 마음이 바로 도둑이다"라고 하였다.

오직 살생하고, 도둑질하고, 음행하고, 거짓말하는 것이
마음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을 확실히 살피고 관찰하면
일어나도 일어남이 없는 것이니
그 바탕이 고요한데 무엇을 다시 끊을 것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잡념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다만 깨달음이 늦을까를 두려워하라.
잡념과 망상이 일어나면 곧 알아차려라.
알아차리면 곧 없어진다."...

이와 같이 일어나는 생각마다
비워 버리고 비추어 보기를 잊지 않음으로써
선정과 지혜를 고루 평등하게 가지면,
곧 사랑하고 미워하는 분별심은
저절로 사라지고 자비와 지혜가 저절로 밝게 드러날 것이다.

[수심결]

 

 

 

 



본래 선이고 악이고,
그 성품이 본래 공하기 때문에
악을 미워하고 억제하려 애쓴다거나
선을 좋아하여 증장하려 애쓴다는 것도
다 꿈 속에서 일어나는 환상과 다를 것이 없다.

다만 그것을 비추어 봄으로써
선과 악에 얽매이지 않게 되고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정견(正見)의 시야가 열린다.

잡념이나 분별망상이 일어난다고
'난 왜 이렇게 분별이 많을까' 하고 고민할 것도 없고,
돌로 풀을 누르듯 잡념을 일어나지 않도록 찍어 누를 것도 없다.

끊으려고 애쓰는
그 마음 또한 텅 비어 공한 신기루임을 알면 된다.

그러려면 마음에서 일어나는 잡념이며 분별망상들을
내 마음 가지고 판단하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비추어 보기만 하면 된다.

확실히 관찰하고 비추어 보면
일어나는 것도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 본래 바탕이 텅 비었기 때문에
다시 끊으려고 애쓸 것도 없다는 말.

잡념과 분별망상이 일어나는 것을 가지고
괴로워 하지 말고,
끊으려는 부담감으로 애쓰지 말라.

다만 그저
비추어 보기만 하면
바로 없어진다.

관하면 없다.

 

- 법상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