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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 / 도종환

덕 산 2023. 3. 20. 15:23

 

 

 

 

 

춘분 / 도종환 

 

밤중에 봄비가 다녀갔나 보다

마당이 촉촉하게 젖어 있다

잠결에도 비 오는 소리 못 들었는데

굴뚝새만한 작은 새가 앉았다 날아가자

숨어있던 빗방울 몇 알이

아랫가지 위로 톡톡톡 떨어진다

삐쫑 삐쫑 혀를 내밀어 그걸 핥아먹고는

입술을 훔치는 모과나무 꽃순이

푸르게 반짝인다

오늘은 묵은 빨래를 해야겠다

약냄새 밴 옷들도 벗어 빨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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