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피우기 / 도종환
꽃을 피운다는 건
가늠할 수 없는 막막한 허공에 실가지 뻗어
그곳에 머물고 싶은 풍경으로 바꾸고
잿빛 대지를 살아 있는 빛깔로 바꾸는 일이다.
봄날의 개나리꽃이 그러하다
꽃을 피운다는 건
꽃샘바람 뺨을 치고
황사 눈앞을 가리고
그 위에 흙비 쏟아져도
멈추지 않는 일이다
멈추지 않고 자신의 전부를
밀어올리는 일이다
밀어올리는 흔적 하나하나가 모여,
눈물겹고 아름다운 얼굴로,
바꾸는 일이다
대지에 눈감고 있는 것들
하나씩 눈뜨게 하고
그래 다시 시작해야 할 때가 왔어
이렇게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일이다.
개나리꽃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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