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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우기 / 도종환

덕 산 2023. 3. 18. 09:03

 

 

 

 

꽃피우기 / 도종환 

 

꽃을 피운다는 건

가늠할 수 없는 막막한 허공에 실가지 뻗어

그곳에 머물고 싶은 풍경으로 바꾸고

잿빛 대지를 살아 있는 빛깔로 바꾸는 일이다.

봄날의 개나리꽃이 그러하다

 

꽃을 피운다는 건

꽃샘바람 뺨을 치고

황사 눈앞을 가리고

그 위에 흙비 쏟아져도

멈추지 않는 일이다

 

멈추지 않고 자신의 전부를

밀어올리는 일이다

밀어올리는 흔적 하나하나가 모여,

눈물겹고 아름다운 얼굴로,

바꾸는 일이다

 

대지에 눈감고 있는 것들

하나씩 눈뜨게 하고

그래 다시 시작해야 할 때가 왔어

이렇게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일이다.

개나리꽃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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