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 이재무
늦은 밤이나 새벽 숲 속에 가면
나무들 수액 빨아올리는 소리 우렁차다
나무들 벌써 그렇게 일 년 농사 시작하는 것이다
이제 곧 울퉁불퉁한 수피
부드러운 햇살 툭 툭 툭 치고 가면
가지 밖으로
병아리 같은 주둥이 내밀며 초록들
온통 파랗게 하늘을 물들이며 재잘대겠지
근육질의 사내들 팔 뻗으며
숲을 살 찌우고
다산성의 여인들은 두근, 두근거리는 가슴 열어
씨앗들 토해낼 거야
3월은 즐거운 노동으로 분주한 달
사람들의 몸 속으로도 맑고 뜨거운 피가 솟는다
늦은 밤이나 새벽 숲 속에 가면
나무들 희망 빨아올리는 소리 산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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