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부부싸움

덕 산 2022. 8. 31. 11:02

 

 

 

 

 

부부싸움

 

오병규 2022-08-31 07:06:26

 

영농자금:(콩 농사를 지어 돈 벌겠다는 목적으로...)

 

흙 돋우기(마사 토) 10차 x 65,000 =50,000

배수로 공사(굴삭기) 3일 x 450,000= ꠑ,350,000

밭 평탄작업(트랙터)1,200평 x 300 =ð,000(로타리 작업)

관리기(골파기, 비닐 덮기) 아랫집 선미 아빠 부부=°,000(중식 대 2만 포함)

비닐 2권(마끼) x 46,300 =92,600(비닐 조금 남는 거 선미 아빠 줌)

콩 3말 x 35,000=E,000(5kg남음. 두부 만들어 먹겠다고 함.)

새총 2병 x 9,000=ꠑ8,000(콩을 심었을 때 새가 먹지 못하게 하는 농약)

..........................................................................................................

Total: 2,835,600 (콩 농사를 짓기 위해 순수하게 마누라 주머니에서 나온 농자금)

 

“사람 사서 할 거면 농사 뭣 하러 져!”, 우리 마누라 아주 성질 올랐을 때 쓰는 어법(語法)이다. 그 말(대화)의

내용이 아니고 표현의 방법이다. 인상을 찌그러트리고 톤을 높여서 단호하게 반말을 하는 거다. 나는 이게 또

성질이 난다. “뭐라고!? 말 따위를...쯔쯔쯔~”하며, 동네 축구 똥 볼 차듯 혀를 길게 찬다. 그냥 보통 때 오가는 부부간의 대화라면 반말을 하던 싸라기만 먹고 지껄이는 말이든 다 이해가 되지만, 성질을 내며 반말을 하면

그게 좀 받아들이기가 거시기 할 때가 있다.

 

마누라와 나는 8살(某직장 때 부하 직원이었다)차이가 난다. 아니한 말로 내가 제법 철이 들었을 때 저는 아직 기저귀를 찼거나 노상방뇨를 해도 부끄러움을 모를 나이 아니었던가. 저와 내가 8살의 나이를 극복하고 웨딩마치를 올릴 땐 솔직하게‘하늘같은 서방님’대접은 원하지도 않았다. 우리 선대 어르신들 하도 가부장적 가정을

꾸려 가시기에 나는 장가가면 가정의 민주화를 꼭 이룰 것을 맹세했던바 그 첫 번째 조건이 아내 된 사람을

절대 지려 밟지 않을 것을 다짐했던 것이고.

 

그러나 인간이 살아가며 이런저런 평지풍파를 만나다보면 나 자신이 급한데 어떻게 그 약속을 다 지킬 수 있겠는가? 나라님, 국개들 하다못해 지방의 수령이나 그 아래 것들 공약하고 제대로 지키는 거 봤어? 마음은 굴뚝같지만 몸이 안 따라주는...그게 인생이라는 거다. 오죽했으면 인생은 속고 사는 거....

 

그런데‘오뉴월 뙤약볕이 하루가 무섭다’고 이를테면 8살이나 많은 인생의 한참 선배님에게 성질만 나면 단호한 반말을 해 대는 것은 처가 쪽의 가정교육이 한참 잘못된 게 분명하여 때론 따지고 싶지만 장인어른 돌아가신

지 30년 가까이, 장모님 오락가락 치매가 계시니 따질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이 나이에 무르자고 하면 보따리 싸고 나가야 할 사람은 나이니 그럴 수도 없고....

 

이런 저런 정황을 생각해 보면 내 신세가 하도 처량하여 마지막 발악으로 같이 성질을 내는 것이다.(이 점 인생의 후배님들께 충고 드리지만 가정의 평화와 민주화를 위해 남자가 참아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충고하는 나 스스로가 잘 안 되니 그게 문제다. 부부싸움 끝에 늘 후회하는 쪽은 나(우리)다.)어쨌든 그건 그렇고 마누라 쌈지에서 나온 농자금 2백8십여 만원어치를 콩으로 사면 얼마나 될까? 글 생각하면 마누라가 이해 안 되는 거도 아니지만....

 

 

 

 

 

 

아무튼 마누라의 신경질적 반응에 나 또한 소리를 있는 대로 뻑 지르고 동네 축구 팀 똥 볼 차듯 혀를 길게 찼지만 다음 할 말이 없다. 그런 나의 연약한 저항에 마누라는 융단폭격을 가 한다.“돈이 썩었지...매년 농사짓는다며 헛돈이나 쓰고...^&%$#@***(&^$#@...(계속 됨)”이런 마누라의 태도에 나는 더 참지 못하고 집이 떠나가라“아~! 닥치지 못해~!!! 시끄러~!!”,결국 몇 마디 더 주고받다가 마누라는“나 서울 갈 테니 알아서 햇~!!” 그리고 충주 터미널 까지 데려다 달란다.(마누라는 차가 있지만 고속도로 달릴 자신이 없다며 이런 경우 대리운전을 부탁한다. 참 다행인 것은 성질내고 제 차 운전하고 나가서 홧김에 서방질 할 수도 있고, 성질난다고 마구 밟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쩌겠나? 그 점은 염려 안 해도 좋다. 그리고 어떤 땐 대리운전 해 주다가 살살 꼬드겨 화해를 한다.ㅋㅋㅋ..)

 

얘기의 발단은 이랬다. 매년 농사(?)를 짓지만 추수할 때 계산해 보면 자본금 반의반도 안 되는 수확을 한다.

마누라는 차라리 그 땅을 제대로 농사지을 사람에게 임대해 주자고 하지만 약2000평의 1년 도지가 560만원

밖에 안 되는 걸 그거 받자고...?? 마누라 입장에서는 그거든 저거든 매년 수확물의 수배나 드는 농자금과 아무리 전문농사꾼이 아니더라도 몸 고생할 바에는 5~60만원도 어디냐!(마누라 말이 백 번 옳다. 씨앗 또는 모종, 트랙터 관리기 등 농지정리 작업비, 인건비 등등등....안 나가는 게 버는 거라는 마누라의 계산. 위의 원가 계산을

참조 하시압.) 돈 5~60만원에 내 땅을 타인에게 빌려 주는 것도 그렇고, 그렇다고 땅을 놀리는 것은 지주로서의 책무 방기와 토지에 대한 예의가 어긋나는 것이라는 게 내 반론인 것이다. 덧붙여 이렇게 실수하고 배우다보면 전문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마누라에게 주입 시키는 것이다.

 

<<<먼동이 트고 새벽 5시에 밭으로 갔다.(마누라는 계란 네 개, 토스트 네 쪽, 얼린 물 세 병, 수박 조금...빡세게 돌리려고 단단히 마음먹은 모양이다)둘이서 이틀 내지 사흘을 예상하고 시작을 했다. 아이고! 우리 마누라 저러다 병나지...?? 일 하는 동안은 옆도 안 돌아 본다.>>>

 

사실 게으른 초보 농군으로서 힘이 덜 드는 농사꺼리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이런저런 이웃의 자문을 얻은 결과 금년은 콩을 심기로 했던 것이다. 더구나 콩 농사는 시비(비료주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선배 농사꾼의 조언에 그게 어디냐고 마음을 확정을 했던 터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재 너머 사래 긴 밭 언제 갈려 하나니'가 아니다. 시작이 반이었다. 새벽에 시작한 콩 심기는 오후 서너 시에 마누라가 서 있는 그곳에서 끝이 났다. 새총(농약)처리한 콩이 모자란 탓이다. 콩만 넉넉했더라면 그날 끝나고도 남았다. 진력도 나고 해서 마누라에게 사정을 하여 그날은'안某'씨의 주특기인 철수.(속으로 마누라에게 얼굴을 못 들었다. 그러나 8살 아래인 우리 마누라'것 봐!'라든가 하는 비아냥은 한 마디 없다. 그래서 내가 여태 이 여자를 데리고 사는 거다.)>>>

 

그날의 싸움은, 쌍둥이가 며칠 간 제 아비어미의 손길이 닿지 않으니 이곳으로 데려다 놓기는 좀 그렇고 서울

집으로 와서 돌봐달라는 둘째딸 아이의 부탁을 받고 아내가 서울로 떠나기 직전 일어난 사태였다. “자기 없는

사이 사람을 사서 콩을 심을 테니 그리 알아..”라는 나의 지극히 부드러운 통보에 마누라가 발끈 한 것이다.

즉, 그까짓 밭 뙤기 얼마나 된다고 사람까지 사서 콩 농사를 지으려 하느냐는 마누라의 지청구인 것이다.

 

충주 터미널까지 대리운전을 하여 도착하고 마누라가 하차할 때까지 둘은 입술 한 번 달싹이지 않은 상태로

헤어졌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손전화가 악을 쓰기에 문자판을 들여다보니‘마누라’다. “뭐야!? 왜?”,“쌍둥이가 할아버지 바꿔 달래요!”,“치~..”....이번에도 쌍둥이가 없었으면 냉전이 오래 갈 뻔 했다. 제대로 말도 안 통하는 쌍둥이와의 통화를 끝으로“나, 데리러 오지 않을래요?”생각할 겨를도 없이“가지 뭐! 알았어! 좀 있다 출발할게!”그리고 전화를 끊고 난 다음 내가 너무 가볍게 처신한 건가? 약간의 후회가 밀려왔지만 마음과는 달리

어느새 내 몸은 서울 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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