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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처럼 / 유치환​

덕 산 2022. 7. 28. 13:35

 

 

 

산처럼 / 유치환​ 

 

오직 한 장 사모의 푸르름만을 우러러

눈은 보지도 않노라

귀는 듣지도 않노라

 

저 먼 땅끝 닥아 솟은 산,

너메 산, 또 그너머

가장 아슬히 지켜 선 산 하나--

아아 그는 나의 영원한 사모에의 자세

 

무수히 침부하는 인간의 애환의 능선 넘어

마지막 간구의 그 목마른 발돋움으로

계절도 이미 絶한 苛熱에 항시 섰으매

 

이 아침날에도

그 아린 孤高를 호궤받듯

정결히도 백설 신령스리 외로 입혀 있고

 

내 또한 한 밤을

전전(轉輾)없이 안식함을 얻었음은

그 매운 외롬 그같이 설은 축복 입더메서랴

 

아아 너는 나의 영원--

짐짓 소망없는 저자에

더불어 내 차라리 어리숙게 살되

 

오직 너에게의 이 푸르름만을 우럴어

귀는 듣지 않노라

눈은 보지 않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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