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처럼 / 유치환
오직 한 장 사모의 푸르름만을 우러러
눈은 보지도 않노라
귀는 듣지도 않노라
저 먼 땅끝 닥아 솟은 산,
너메 산, 또 그너머
가장 아슬히 지켜 선 산 하나--
아아 그는 나의 영원한 사모에의 자세
무수히 침부하는 인간의 애환의 능선 넘어
마지막 간구의 그 목마른 발돋움으로
계절도 이미 絶한 苛熱에 항시 섰으매
이 아침날에도
그 아린 孤高를 호궤받듯
정결히도 백설 신령스리 외로 입혀 있고
내 또한 한 밤을
전전(轉輾)없이 안식함을 얻었음은
그 매운 외롬 그같이 설은 축복 입더메서랴
아아 너는 나의 영원--
짐짓 소망없는 저자에
더불어 내 차라리 어리숙게 살되
오직 너에게의 이 푸르름만을 우럴어
귀는 듣지 않노라
눈은 보지 않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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