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의 마지막 밤에
- 이 양 우 -
사랑아, 칠월은 간다.
내 혀끝에서
겨드랑이에서
허벅지에서
내 허파에서
뇌리에서
기탄없이 만났던 정들아,
땀디가 꽃을 피우던 계절아,
이처럼 뜨겁던 청춘은 간다.
더 뜨겁다가 더 곤드레지다가
곰삭은 과일주 향내로 가라앉은 항아리를
뚜껑 열어 용수박고 떠 마실 가을을 향해
팔월에 오는 푸른 거리, 국화꽃 다정한 하늘을 열으리,
가자, 사랑아, 여름도 탄다.
불볕가에 앉아서 모래성도 쌓아라.
네 몸은 지친 불덩어리
까만 재로 남은 칠월을 두고 오라.
정열 치솟을 밤도 희열에 멍이 들고
나는 노천 허리에 누워 별을 헤인다만
불현듯 반딧불이로 날고 싶구나
평화로운 별들은 밤길이 더 좋아라.
이슬 젖는 나그네 우수의 초원이랴!
우리는 사랑으로 가슴을 잇대어도
별들은 영롱한 밀어로 긴긴 밤을 지새운다.
가자, 칠월아, 마지막 밤아,
네 보내온 편지, 나이야가라 폭포 사진 한 장도
빗돌처럼 만년을 되새겨 추억하리니
세찬 물소리 낙차 하는 그리움아,
그만큼 멍들대로 멍들지 않았는가,
모른체 침묵하고 돌아가는 슬픔은
이제 나의 뇌파, 원추를 휘감아 흔드노라.
가을의 품으로 더더욱 안기고 싶다.
머지않았으리, 내 검게 태운 표피도 박제해야지,
낭만파의 거울 속으로 향일하는 시간의 침은
세월을 가시 돋은 허무의 언덕으로 밀어 제친다.
쓸쓸하구나, 이토록 노티한 꿈결들의 마찰음이,
너무 더티하구나, 이래서 잠을 못 이루는가,
저 거칠은 칠월의 마지막으로
더 와일드한 팔월의 복사열도 높은 습도로 분열하는가
파동쳐 거친 숨을 네게로 보내면
한 고비 타 오르다가 지친 거울 안으로
황금 단풍길 풍경소리 울리지 않겠느냐,
익은 자의 망서림, 가을로 가는 마차가
주인 없는 역두에 기다릴지라
높푸른 하늘을 열고 흥미진진한 전설 속에서
아련한 추억의 둥지를 틀 것이라.
여름아, 칠월아, 팔월의 열애들아,
내 가슴은 죽고 싶도록 아픈 시심을 잉태하는도다.
나는 여기서 온갖 흉금을 털어놓고
만가지 근심도 헐어내어
깊은 삶을 은하에 띄우리,
고독과 허무와 나태까지도 다 분해하여
비운자의 가벼운 인생 나룻터에 서게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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