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차 한 잔 마주하고 옷고름을 여미다 / 법정스님

덕 산 2022. 7. 9. 15:12

 

 

 

 

 

차 한 잔 마주하고 옷고름을 여미다 

 

어떤 이들은 차를 선이라 하고(茶禪一如)

한쪽에서는 차를 멋 풍류(風流)

또 한쪽에서는 차를 절개 또는 예(禮)라 하여

많은 사람들이 자기 방식의 차를 사랑했다.

 

군자의 성품을 좋아하는 사람은 차의 순수함과 올곧음을

선(禪)을 추구하는 사람은 차의 정신과 원칙의 한 결 같음을

예를 좋아하는 이들은 차분함과 행위의 건강함을 좋아했다.

 

이렇게 옛사람들이 차의 성품과 특성 정신에서 차사랑 법을 찾았다면

과학이 발달한 요즘은 차가 지니고 있는 성분(약리작용) 때문에

차를 찾는 이가 늘고 있는지 모른다.

어찌 되었건

차를 사랑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산 선생은 "차를 좋아하는 민족은 흥한다" 했다.

자본주의인 우리나라에서 하루의 삶을 생존투쟁이라고

부를 만큼 각박해진 것이 현실이다

 

이기적이고 조급하며 돈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차를 통해

조금이라도 치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경'에서 말하기를 차에는 아홉 가지 어려움이 있는데

첫째는 만드는 것(造)이요,

둘째는 나누는 것(別)이며

셋째는 담는 것(器)이고,

넷째는 불 지피는 것(火)이며

다섯째는 물(水)이고,

여섯째는 굽는 것(구)이며

일곱째는 마무리 짓는 것(末)이요,

여덟째는 끓이는 것(煮)이며

아홉째는 마시는 것(飮)이다.

 

이것을 설명한 내용이 이어서 나오는데 라고 하였다.

 

차 생활이라는 것도 처음에는 그냥

차를 즐기니 가볍고 쉽게 느꼈는데

해가 거듭할수록 어려움이 더해 간다.

 

하기야 얼마나 실천이 어려우면 다도(茶道), 다례(茶禮) 같은

말이 쓰였겠는가 차 마시는 것도 밥상의 숭늉처럼

보조적이거나 아무 곳에서나 쉽게 얻어서 마시는

음료 같지 않고 격식과 자연 삶의 진리를 찾는

실행적 공부로 보았기에 도(道)며 예(禮)라는 말을 붙이지 않았을까?

 

옛 어른들이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자신의 삶의 옷고름을 여미고

많은 것들을 용서하며 화해하고 올곧게 자신을 지켜나간 것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나름의 차사랑 법을 익혀야 할 것이다.

 

차사랑 법은 차의 어려움이라 일컫는 원칙을 하나하나 지켜

실천해 나가는 것이리라 이러는 과정을 통해 빠뜨리고 살았던

삶의 중요한 것을 하나둘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

 

- 법정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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