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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게 / 유치환

덕 산 2022. 7. 8. 13:16

 

 

 

 

 

바람에게 

          - 유 치 환 -

 

바람아 나는 알겠다.

네 말을 나는 알겠다.

 

한사코 풀잎을 흔들고

또 나의 얼굴을 스쳐가

하늘 끝에 우는

네 말을 나는 알겠다.

 

눈 감고 이렇게 등성이에 누우면

나의 영혼의 깊은 데까지 닿는 너.

이 호호(浩浩)한 천지를 배경하고

나의 모나리자!

어디에 어찌 안아볼 길 없는 너.

 

바람아 나는 알겠다.

한오리 풀잎나마 부여잡고 흐느끼는

네 말을 나는 정녕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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