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결혼 56주년.

덕 산 2022. 6. 7. 13:15

 

 

 

 

 

결혼 56주년.

 

박천복 2022-06-06 07:26:48

 

우리부부는 1966년 5월에 결혼했으며 실로 56년을 함께 살고 있다.

결혼주례의 말씀처럼 100년을 해로하고 있는 셈이다.

해로는 부부가 한평생을 살며 같이 늙어간다는 뜻이다.

이미 우리부부는 80대의 노부부다.

요즈음처럼 황혼이혼이 많은 시대에 56년은 긴 세월이다.

황혼이혼은 2011년 7900건에서 10년 후인 2021년 1만7900건

으로 127%가 증가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사회적으로 아무리 성공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황혼이혼을 했다면

그 인생에서는 실패한 사람이다.

결혼생활을 그렇게 중요한 것이다.

특히 사람이 나이들어 현역에서 은퇴, 노년생활을 할 때 부부관계는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노 부부가 건강하고 건전하게 노후를 함께 산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감사해야할 일이다.

 

사실 56년은 반세기가 넘는 긴 세월이다.

두사람이 만나 그렇게 긴 시간을 함께 사는데는 두 사람을

묶어주는 끈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찍이 임어당이 한 말이있다.

‘부부관계란 가는 실들이 꼬여 굵은밧줄이 되는 것이다.’

그 첫 번째 밧줄은 애정사랑이다.

애초에 부부는 사랑 때문에 맺어진 인연이다.

따라서 사랑이 없으면 부부라고 할 수 없다.

또 오래동안 같이 살다보면 정도 깊어진다.

그래서 노년의 애정은 우정처럼 진화하기도 한다.

우리부부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곳이 책방, 문방구, 빵집이다.

책방에 들려서는 신간을 살펴보고,

문방구에서는 아내는 화구들을, 나는 필기구를 살펴본다.

그리고 빵집에서는 캄파뉴를 찾아본다.

선호하는 것이 같다는 것은 또 하나의 밧줄이 될 수 있다.

 

 

 

 

 

 

56년이라는 긴 결혼생활이 건전하게 유지되는 것은

나와 아내의 ‘자기일’ 이 큰 몫을 차지한다.

아내는 국전입선경력의 화가다.

반평생을 그림그리기로 보냈으며 지금도 이젤앞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수채화가 중심이지만 유화와 아크릴화도 그린다.

나는 책 읽고 글 쓰는 일이 내 생활의 중심이다.

매주 블로그에 올릴 글을 쓰는 일은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지만

글쓰기는 계속 공부해야하고, 생각해야하고, 자료들을 찾으면서 정신적으로 젊게 살 수 있다.

우리부부는 각자 자기일이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간섭할 시간이 없다.

그리고 아내는 우크렐래와 기타를 가지고 있고, 나는 첼로와 목관 클라리넷을 가지고 있다.

음악은 우리의 생활을 유택하게 해주고 또 하나의 다른 세계를 체험하게 해 준다.

악기가 있는 집과 없는 집의 차이는 삶의 질에서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부가 함께 살면서 공유해야하는 가장 큰 끈은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다.

가치관은 인간의 삶이나 어떤 대상에 대해서 무엇이 좋고, 옳고,

바람직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관점이다.

아내의 서가에는 약 천권의 책이 꽂혀있고 나는 천오백권 정도의 책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우리부부가 가장 많이 사 들이는 것이 책이다.

사실 우리부부는 책 부자이기도 하다.

에리히 프롬이 쓴 책중에 ‘소유냐 존재냐’ 하는 것이 있다.

우리부부는 소유가 아니라 존재를 택했다고 할 수 있다.

이 가치관이 같기 때문에 56년을 함께 살아왔다고도 할 수 있으며

남은 여생도 같이 살아갈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 가치관은 그렇게 중요한 생활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80대인 우리부부는 가사도 분담하고 있다.

식사준비가 그것인데 아침은 아내가 4일, 내가 3일을 담당한다.

나는 한식을 준비하는데 주로 죽을쑨다.

대신 아내는 빵식을 준비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내의 요리는 ‘소고기 스튜’ 다.

정말 맛이좋다.

그 외 여러 가지 채소와 토마토, 소시지와 베이컨, 올리브열매 등이 있다.

빵은 캄파뉴에 오랜지 마말레이드를 발라서 먹는다.

우리부부가 앞으로 얼마를 더 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정말 충실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그림그리고, 책읽고, 글쓰고 악기를 하는일들은 상당한 노력을

요구하는 일들이기도 하다.

나는 우리가 56년을 함께 살아온 데에는 아내의 역할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우리가정을 이끌어 온 것은 아내의 지혜와 인내, 그리고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아내에게 감사한다.

 

인생에서, 황혼이혼이 있어서는 안된다.ㅡyorowon.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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