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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사과 꽃봉오리 / 한영옥

덕 산 2022. 5. 23. 11:51

 

 

 

 

 

꽃사과 꽃봉오리

                  - 한 영 옥 -

 

눈가루 하얗게 빻는 나라에

어느덧 당신은 계신 것 같고

눈에 덮여 푸근히 계신 것 같고

푸근한 당신, 어느덧

여기선 사실 수 없으신지

눈가루 날리는 눈웃음만

서늘하게 보내십니다

 

덜커덕 내려앉은 젖은 지평선에

유리디체의 부풀었던 젖꼭지,

불그레한 꽃사과 꽃봉오리 놓고서

막막하게 또 만져봅니다

 

자고 나도, 자고 나도 일렁이는

여기 나라 꿈이랑에선, 한 치 앞 두려워

꽃봉오리 다 펼치지 못합니다

그래도 당신, 뒤돌아서지 마세요

 

꽃사과 나무 아래, 그날 우리들

여태껏 달게 자고 있어요

아직도 더 자라고 있어요.

 

- 한영옥 “아늑한 얼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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