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사과 꽃봉오리
- 한 영 옥 -
눈가루 하얗게 빻는 나라에
어느덧 당신은 계신 것 같고
눈에 덮여 푸근히 계신 것 같고
푸근한 당신, 어느덧
여기선 사실 수 없으신지
눈가루 날리는 눈웃음만
서늘하게 보내십니다
덜커덕 내려앉은 젖은 지평선에
유리디체의 부풀었던 젖꼭지,
불그레한 꽃사과 꽃봉오리 놓고서
막막하게 또 만져봅니다
자고 나도, 자고 나도 일렁이는
여기 나라 꿈이랑에선, 한 치 앞 두려워
꽃봉오리 다 펼치지 못합니다
그래도 당신, 뒤돌아서지 마세요
꽃사과 나무 아래, 그날 우리들
여태껏 달게 자고 있어요
아직도 더 자라고 있어요.
- 한영옥 “아늑한 얼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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