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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오월의 짧은 그림자 / 진수미

덕 산 2022. 5. 9. 13:12

 

 

 

 

 

그 해 오월의 짧은 그림자 

                            - 진 수 미 -

 

 

사랑을 했던가 마음의 때,

그 자국 지우지 못해 거리를 헤맸던가

구두 뒤축이 헐거워질 때까지

낡은 바람을 쏘다녔던가

그래 하기는 했던가

온 내장을 다해 엎어졌던가

날 선 계단 발 헛디뎠던가

하이힐 뒤굽이 비끗했던가

국화분 위 와르르 무너졌던가

그래, 국화 닢닢은 망그러지든가

짓이겨져 착착 무르팍에 엉겨붙던가

물씬 흙 냄새 당기든가

혹 조화는 아니었는가

비칠 몸 일으킬 만한던가

누군가 갸웃 고개 돌려주던가

달려오던가

아야야, 손 내밀던가

그래, 그 계단 밑,

아픈 복사뼈, 퉁퉁 붓고, 화끈 화끈 그게

사랑이라며

탈골하며 환하게 바람 스미던가 그래

사랑이던가 그 누군가는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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