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오월의 짧은 그림자
- 진 수 미 -
사랑을 했던가 마음의 때,
그 자국 지우지 못해 거리를 헤맸던가
구두 뒤축이 헐거워질 때까지
낡은 바람을 쏘다녔던가
그래 하기는 했던가
온 내장을 다해 엎어졌던가
날 선 계단 발 헛디뎠던가
하이힐 뒤굽이 비끗했던가
국화분 위 와르르 무너졌던가
그래, 국화 닢닢은 망그러지든가
짓이겨져 착착 무르팍에 엉겨붙던가
물씬 흙 냄새 당기든가
혹 조화는 아니었는가
비칠 몸 일으킬 만한던가
누군가 갸웃 고개 돌려주던가
달려오던가
아야야, 손 내밀던가
그래, 그 계단 밑,
아픈 복사뼈, 퉁퉁 붓고, 화끈 화끈 그게
사랑이라며
탈골하며 환하게 바람 스미던가 그래
사랑이던가 그 누군가는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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