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구인난

덕 산 2022. 4. 14. 13:59

 

 

 

 

 

구인난

 

오병규 2022-04-13 19:53:00

 

“정말 더러워서 농사 못 짓겠네... 내년부턴 굶어 죽어도 농사 안 짓는다.”

이상은 이웃 마을 새마을지도자의 푸념이란다.

 

우리 집 역시도 요즘은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만큼 바쁘지만, 이상은 마을부녀회장이라는 감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면내 지방도로 제초작업동원령이 내려 봉사를 다녀온 아내의 전언이다.

 

그는 담배농사를 짓는단다. 담배농사는 다른 농사보다 짓기가 곱절로 힘이 든단다. 그래도 담배농사를 고집하는 것은 수확만 하면 판로 걱정이 없기 때문이란다. 그도 그럴 것이‘담배인삼공사’가100% 수매해 간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여북했을까?’ 판로 걱정 없는 담배농사를 포기 한다니.....

성인남자 일당15만원, 여자13만원을 주어도 도대체 사람을 구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사람을 구하면, 새참 시간에 기현상(?)이 벌어진단다. 백성들 입맛이 제각기 달라....

 

어떤 이는 라면을 또 다른 이는 컵라면, 어떤 분은 라면을 못 잡수니 국수를, 라면도 어떤 분은 삼양라면 또 어떤 분께서는 신라면을....이쯤 되면 꼭 구분을 하자는 게 아니라 고용과 피고용 즉 갑을이 구분이 안 된다. 아니다 오죽 갑의 횡포(?)자심 했으면 “정말 더러워서 농사 못 짓겠네...

내년부턴 굶어 죽어도 농사 안 짓는다.”라고 했을까?

 

담배농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요즘의 농촌은 구인난에 빠져있다. 고추 따기, 제초작업, 약초, 도라지 등...이런저런 영농에 일손이 딸린다. 하루 일당은 차치하고 점심은 기본에 두 끼의 새참. 좀 빡샌 일거리는 저녁(반주가 곁들인...)까지 그리고 통근차량. 이거야 말로 상전이요 갑 질이다. 이래도 사람이 없다.

 

이런 상황(구인난)이 우리의 농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인난은 최소한 반년 이상 벌어진다.

그 기간이 농번기이기 때문이다. 나름 생각해 보면 다 이유가 있다.

 

 

 

 

 

 

 

첫째,

농촌의 구성원이 거의 노인네다. 그 양반들이 농사로 잔뼈로 굵었지만 이제 힘이 부치는 연령대다.

그런즉 일손이 동시다발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둘째,

나라의 법제도가 잘못 돼있기 때문이다. 일을 안 해도 기초생활급 맞춤형급여....등등 이런저런 사회보장급여가 주어진다. 더 잘못 된 것은 이런 급여를 받는 계층이 다른 일로 수입이 생기면 그 급여를 중단 한다는데 있는 것이다. 농번기라는 게 사실은 뙤약볕의 계절이다. 일을 안 해도 최소한 굶어 죽지는 않는데 누가 혹서기의 뙤약볕 또는 엄동설한 아래에서 일을 할 것이며 설령 하고 싶어도 6개월 바삐 일했다고 보장급여가 없어지면 6개월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거다. 이거 잘못 되도 한참 잘못된 거 아닌가?

 

셋째,

백성들의 농어촌에 대한 인식전환부족이다. 농어촌은 살 데가 못되는 줄 알고 있다. 어제는TV로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특이하게도 노숙자부부다. 그들의 주거지는 영등포역 일대였고 부부는 빈병이나 폐지를 모아 그것으로 노숙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참, 안 된 얘기지만 말이 좋아 노숙자지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물론 정부에서 노숙자들을 위해 많은 합숙이나 급식소를 만들어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미봉책 보다는 그들을 농촌으로 보내고 그곳에서 안착을 하며 농사일도 돕고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는 왜 못 만들까?

 

이런 미봉책을 쓰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위정자들의 더러운 욕심 즉 票퓰리즘 때문이다. 서울시(노숙자가 자장 많은 곳이니..)를 예를 들면, 그들을 소개(?)시키려 해도 이런저런 인권이 어쩌고 하는NGO에서 生GR들 할 것이고 선거철이면 혹시라도 주민증을 서울시에 둔 노숙자라면 1票가 아쉬운 터에 어떻게 그들을 소개 시킬 수 있겠는가. 이런 현상은 비단 서울시만이 아닐 것이다.

 

하루 종일 폐지와 빈병을 주워서 온 부부는 하루일과를 끝냈는지 아니면 소주를 몇 잔 걸쳤는지 다큐 카메라 앞에서 희희낙락하며 행복(?)해 하는 모습에 나는 오히려 구역질이 난다. 왜 저러고 살까? 조금만 힘쓰면 인간답게 사는데...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나라법이 잘못 됐고 그들 역시 위정자들의 더러운 票퓰리즘의 희생양이 아닐까 생각 든다.

 

넷째,

그런데 사실 오늘날 농촌의 구인난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코로나’ 때문이다. 코로나 팬대믹 즉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자 이 땅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든 동남아를 비롯한 지구촌 각처의 근로자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출국을 한 후 되돌아오지 않기에 구인난이 극심해 진 것이다. 더 기가 막힌 사실은“라면을 또 다른 이는 컵라면, 어떤 분은 라면을 못 잡수니 국수를, 라면도 어떤 분은 삼양라면 또 어떤 분께서는 신라면을...”하며 갑질을 하는 동족 알바 생들에게 지급하는 인건비의 60~70% 수준밖에 안 되는 저들이 돌아오지 않는 한“정말 더러워서 농사 못 짓겠네... 내년부턴 굶어 죽어도 농사 안 짓는다.”라는 농민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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