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여보게! 부지런 하시게!

덕 산 2022. 4. 2. 13:59

 

 

 

 

 

여보게! 부지런 하시게!

 

오병규 2022-03-31 15:47:20

 

젊은 시절 복권을 아주 가끔 사보기는 했습니다. 식료품을 사러 갔다가 카운터 앞에 놓여 있는 즉석복권을 사서 긁어 보기도, 또 지금도 발매를 하는지 모르지만 주택복권이 한참 유행할 당시에도 몇 차례인가 샀다가 꽝만 먹고‘아! 이건 내 몫이 아니다’하고 끊었고 로또복권이 처음 발매될 때 하도 대대적으로 선전을 하기에 두어 번 샀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끔 그런 뉴스가 있습니다.“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흥청망청하다가 쫄랑 망하여 복권 당첨되기 전 보다 더 못한 삶을 산다.‘는 식의 뉴스 말입니다. 이런 걸 보면 삶을 살아가면서 돈이 많은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좀 엉뚱한 지난 썰을 풀어 볼까합니다.

 

마누라 소유의 네 바퀴 구르는 애마를 구입했습니다. 처음 그 차를 인수할 때 그랬습니다. 서울 모처의 영업소에서 계약을 했고, 차량이 출시될 때 서울 집까지 인도해 주기로 되어있었습니다. 차량 인수를 하는 과정이 좀 복잡한 듯하여 천등산자락까지 배달(?) 좀 해달라고 .경비가 들어도 좋으니 천등산까지 오라고 했던 것입니다.

 

영업사원이었던 그 친구, 그럴 것 없이 자신이 그 차를 직접 몰고 내려오겠다는 것입니다. 그 대신 일반 배달기사의 수고비를 자신에게 달라는 것입니다. 뭐 저야 누가 몰고 오든 차만 인수 받으면 될 것이니 관계치 않았습니다. 또 한 푼이라도 벌겠다는 영업사원의 마음 씀씀이가 기특해서 그리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후 다섯 시 쯤 퇴근하며 출발을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금요일 오후 다섯 시. 은근히 걱정이 되더군요. 주말이라 고속도로가 밀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것 보다는 아무리 빨리 와도 일곱 시는 넘어야할 텐데, 늦은 저녁 이 산골짜기에 왔다가….돌아가는 시각에 충주나 제천 고속버스(서울행)가 그때까지 있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하루 늦는다고 어찌 되는 거 아니니 내일 일찍 출발하라.’권고를 했지요. 그런데도 이 친구 한사코 올 수 있고 돌아갈 길은 염려마시라는 겁니다. 다 방법이 있다며….워낙 완강히 버티기에(?)그리하라며 허락을 하고 말았습니다.

 

대충 일곱 시, 여덟 시, 아홉 시,,,달도 없는 캄캄한 밤에, 천등산이 꼬박꼬박 졸고 제가 짜증이 날 시간(열시가 조금 넘어…)이 돼서야 차와 영업사원이 도착한 것입니다. 초행길이고 역시 고속도로의 트래픽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 순간 짜증보다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절마가 이 시간에 무슨 수로 서울로 가나?’였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또 안 됐더군요. 새 차에 대한 대충의 설명을 듣고 면소재지까지 태워 줄 것이니 타라고 했습니다.‘아! 아닙니다.’라며 정색을 하며 극구사양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도 사양지심을 발휘하기에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이 노마가 다른 차 한 대를(대리운전자처럼)더 끌고 왔나 보다. 그리고 그 차는 애인이든 불륜이든 여인을 하나 데리고 왔거나…그리고 우리 집이 안 보이는 적당한 장소에 그 가스나와 차량을 남겨두고 왔나보다.”하는 아주 신파조의 각본을 머릿속으로 써 내려갔습니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약속 된 금액보다5만원을 더 붙여 주었지요. 정 뭣하면 면소재지의 여관에서 자고 갈 수 있도록.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는 사람에게 몇 푼 더 보태주었는데 그 돈이 여관비로 소비되면..좀 아까운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헛일이지만 아래 채(아래채는 처형이 거주하지만 처형이 외출을 하고 나면 빈집이다.)에서 하룻밤 묵고 위로 올라와 아침식사를 하고 서울로 가라고 했더니 역시 극구사양을 하면서 정 불가하면 주신 돈으로‘여관’에서 하루 묶겠다기에 할 수 없이 그냥 보내주었습니다.

 

 

 

 

 

 

 

그가 떠나고20분 쯤 됐나요? 새 애마를 배달 받았으니 애마의 전후좌우를 살피며 흐뭇해 한 시간이 그 정도 흘렀습니다. 그런데 좀 전에 떠난 영업사원이 자꾸 밟히는 겁니다. 안 되겠다싶더군요.“자기야! 빨리타! 시운전도할 겸 아까 그 친구 면까지 태워주고 오자!”반대할 마누라가 아닙니다. 그래서 급히 시동을 걸고 그 친구의 뒤를 따랐습니다. 좁은 시골길에 걸 맞는 속도의 가속기를 약간 밟았나 했는데, 저만큼 앞에서 반딧불 하나가 보이는 겁니다.‘아니 이 추운계절에!? 웬 반딧불이가?’제가 마누라에게 건넨 농담이었습니다. 수 초 후 그 반딧불이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그 미련한 영업사원 놈이 핸드폰이 알려주는 네비와 불빛에 의지하여 캄캄한 밤길을 비틀거리며(안 보이지만 그랬을 겁니다.)걸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를 발견하는 순간 울컥하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보아하니 장가는 갔을 것 같고…가족을 위해 돈 몇 푼 더 벌겠다고 그 험한 산골을 걸어 내려가는 젊은 친구의 모습에 눈물이 핑 도는 겁니다. 옆의 마누라에게 그랬습니다.“만약 저게 나라면..내가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아냐! 나라도 저렇게 했을 거야! 가련한 사람.”가족을 위해 틀림없이 저도 그랬을 겁니다.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술을 사먹기 위해 그렇게는 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 젊은 친구의 식솔을 위한 의지에 눈물이 핑 돌고 만 것입니다.

 

그를 발견하고 그의 앞에 차를 세웠습니다.“이 사람아! 빨리 타! 젊은 사람이 쓸 데 없는 고집은 세 가지고…여기서 면까지가 어딘 데 걸어가!?”,“죄송합니다. 이러지 않아도 되시는데, 제가 시골에서 나고 자라서 시골길 걷기를 좋아 합니다”,“이런! 이런! 좋아하는 것도 시와 때가 있는 거지…달도 없는 산골길을 후라쉬도 없이 핸드폰 빛에 의지해서 간단 말야!?”저희 집에서 면소재지까지는5K가 넘습니다. 한밤의 시오리 산길을 만만하게 보는 젊은이를 면소재지 콜택시 승차장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리고 마누라에게 얘기하여 3만 원을 더 내밀었습니다.“제천 시내까지 2만5천원 달랄 거야. 꼭 타고 가.(네 시 반에 서울 가는 첫차(기차)가 있다는 사실을 그 친구가 얘기해주었습니다.)여기서부터 걸어가고 말고는 자네에게 달렸어. 그리고 여관에 가든지 대합실신세를 지든지 자네 의사야. 난 인간적 도리를 했으니까 좀 안심이 되니 이젠 가보게”그리고 헤어져 마누라와 저는 집으로 돌아왔던 것입니다.

 

쓸데없이 엄한 얘기가 길었습니다. 아주 옛날 부침이 심했던 사업 때문에 가족들을 고생 시켰던 일,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고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인간은 아무리 어려움이 봉착해도 살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생에 세 번의 기회가 온답니다. 오는 기회를 몰라서 그렇지 무엇인가에 열심을 다 하다 보면 그 기회라는 놈이 눈에 보이는 겁니다. 그때 혼신을 다하여 전력투구 하는 겁니다.

 

제가 산골짝 밤길의 젊은 영업사원을 발견하고 울컥했던 것은 젊은 시절의 저를 그에게서 보았던 것입니다. 그를 면소재지 택시 승강장에 내려주며 한마디 했습니다.“젊은 친구! 자네의 적극적인 태도가 나를 이곳까지 나오게 한 거야. 열심히 하시게. 대부재천(大富在天)소부근면(小富勤勉)이라는 말이 있네. 자네처럼 열심히 살면 큰 부자는 아니더라도 반드시 성공할 것일세…“,,,,,그날 밤 평소보다 늦은 잠자리에 들고 깊이 숙면에 들 수 있었습니다.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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