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부부싸움

덕 산 2022. 4. 1. 12:33

 

 

 

 

 

부부싸움

 

오병규 2022-04-01 07:58:50

 

내 참,.. 살다가 별 일을 다 겪는다. 산골짜기에 들어앉아 있으니 때론 유일한 벗이TV다. 그런 가운데 요즘은 진부하고 판에 박은 듯한 편성과 프로를 송출하는 지상파보다는 종편 쪽으로 눈이 자주 간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이번 대선에 어떤 종편은 지상파 보다 더 빨간 편파방송을 했다. 역시 조선. 동아를 뿌리로 한 방송의 활약은 컸다. 이 방송국들이 없었다면 윤석열의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었을 만치…

 

사실 마누라는‘정치’에 큰 관심(누가 되든, 누굴 찍어야할지도…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이 부분에서만은 나에게 절대 순종할 만치…)이 없다. 먹고 살기 바쁘니 그럴 시간도 없었고. 그런데 근간 산골에 박혀 있다 보니 언제나 채널 권을 가진 나의 선호도에 따른 방송프로그램을 시청(마누라는 내가 그러하듯 연속극도 전혀 좋아하지를 않는다.)했던 관계로 정치라는 세상에 눈을 좀 뜨게 되었다. 그 증거로 시사프로그램이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마누라의 실토다.

 

내가TV프로 중에 제일 좋아하는 것은 스포츠(프로야구)와 다큐멘타리다. 요즘 종편에서도 제법 감동(?)과 감흥을 주는‘다큐’를 많이 방영한다. 그래서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마누라가TV에 정을 붙이고 그것도 시사프로에 재미를 느끼면서 채널권에 대한 도전이 심각하다. 예전엔 미처 몰랐는데, 마누라에게 이런 면도 있었던가? 할만치…어쨌든 마누라의 심각한 (?)채널권 도전에 많이 양보하고 있다. 특히 산골짜기로 불러들였으니 어쩌겠는가. 비단 채널권 뿐만 아니라 일상의 일들에도 웬만하면 마누라에게 져주고 살고 싶고 또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좀 지난 얘기다. 그날 아침만 해도 그렇다. 某종편에서 나름 재미난‘다큐’를 방영하기에 설거지를 하는 마누라 보다 먼저 리모컨을 잡고 권리행사(?)를 하는데, 설거지를 마친 마누라가 리모컨을 뺏어가더니 뉴스를 겸한 시사프로를 하는 종편으로 채널을 돌리는 것이다. 이미 밝혔지만 싸울 수도 없고….하릴없이60여 개의 대소화분에 물을 주며 건성건성 그냥 함께 뉴스를 듣고 있는데 마침‘보육· 양육예산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0∼5세 아이를 둔 모든 가정은3월부터 양육보조금이 나 보육비를 지원받게 된다.’는 뉴스가 흐른다.

 

그 뉴스를 듣는 순간 정말 무심결에 내 입에서 혼잣말로“어이구~! 타먹긴 해도(지원받긴 해도)꼬시래기 지 살 뜯기지…걱정이다. 걱정이야! 저게 다 눈 가리고 아옹하는 거야!”라는 나의 중얼거림이 끝나기도 전에, 언제나 순종(정)파인 우리 마누라가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지른다.“그걸 왜 자기가 걱정하는데…”라며 마치 독 오른 가을 살모사처럼 눈을 치뜬다.

 

그 순간 방송 내용의 여하 간에 참고 참았던(?)나의 불뚝 성질이 폭발하고 만다.“아니~!? 이 여편네가 어따가 눈알을 동그랗게 뜨고 소리를 질러~…”라며 집이 흔들릴 정도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솔직히 그랬다. 마누라가 어떤 장면에서 무슨 내용 때문에 염장이 상했는지 모르지만 하늘같은 지아비에게 그렇게 소리를 지르다니(이 날까지 살아오며 그만한 일로 항거(?)했던 기억이 없다.)…뉴스의 내용이나 국회를 통과한 법안보다 마누라가 나를 무시하는 듯한 그태도에 나는 불같은 화가 났던 것이다.“뭐 때문에 그러는 거야!? 응!? 왜!? 소리를 지르고 도끼눈을 뜨냐고!?”

 

워낙 강경한 나의 대응에 마누라의 욱일승천하던 기운은 한 풀 꺾였지만, 그래도 내 속은 속이 아니다.“영숙아! 너 많이컸다.(나와 마누라는 8살 차이다.)니 서방에게 이렇게 도끼눈을 뜰만큼…”이 부분은 차마 발설을 못하고 속으로만….그리고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한 나머지 하던 일을 멈추고 이번엔 내가 마누라를 한참 노려보았다.

 

작년 아니 금년도 며칠이 지났으니…정확하게 재작년9월과 10월에 20여일 시차를 두고 쌍둥이외손녀와 친손녀가 한꺼번에 세상을 향해 고고지성을 질러댔다. 돌이 지나고 ,이제 그 어린것들의 재롱이 가일층 살맛나게 해준다. 때로는 이곳으로 데려오기도 우리부부가 서울 집으로가 집합(?)을 시키기도…모두 귀여운 고것들의 재롱을 잊지 못함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눈앞에 선하다.

 

딸아이도 그러하려니와 특히 며늘아이는 육아휴직이 끝나면 직장으로 돌아 가야한다.(실은 그제부터 이미 복직을 했다)우리부부가 원해서가 아니고(며느리는 아시아나 승무원이다. 사실 우리부부는 그만뒀으면 하지만…)제 스스로 복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그리고 딸아이도 본인이 원한다면 제 남편을 돕는 의미로 혼전에 하던 일에 다시 종사한다면 쌍둥이를 우리가 맡아서 양육해 줄 의사도 있다며 얘기했던 적이 있다. 어쩌면 한꺼번에 이 산골에 젖을 갓 땐 재롱둥이가 셋 씩 내려올 입장이다.(친손녀‘예솔’이는 이번 일요일 아예 이곳으로 내려오기로 결정되었다.)

 

아내가 지난 대선기간 중 각 후보의 대선공약을 눈여겨 본 것은 다름 아닌 복지 그것도 양육과 보육에 대한 공약에 많은 관심을 가진 모양이다. 또 그것으로 정치와 시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시사프로그램이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고백을 했던 게 아닌가? 유추해 보는 대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세 아이가 한꺼번에 천등산 품안으로 들어온다면 얼마간의 혜택이라도 입고 싶었던 게 아내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좀 달랐다. 아니 어쩌면 그런 쪽으로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하다. 첨부터 그런 공약을 믿지도 않았을 뿐이며 설령 그런 공약이 이루어진다 해도 결국 그 부담이 국민 모두가 지는 것이고 위정자들의 말솜씨에 놀아나는 것밖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시간 뉴스에‘0∼5세 아이를 둔 모든 가정은3월부터 양육보조금이나 보육비를 지원받게 된다.’는 발표가 있었으니 의외이기도 하지만, 정말 무심결에‘꼬시래기 제 살 뜯는…’식의 비관적인 표현을 했던 게 아내의 역린을 건드린 것 이었나보다.

 

어쩌면 아이 셋을 맡아 기르는데 그 기에 필요한 제반 육아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따라서 얼마간이라도 나라에서 지원을 해 준다면 그것처럼 고마운 일이 또 있겠는가마는 나라의 재정이 튼튼하지 못한 마당에 생색은 위정자들이 내고 결국은 국민의 주머니에서 우려내야하는 얄팍한 술수에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것도 모르고 환호하는 국민들(아내를 포함한)이 한심해서 혼잣말을 한 것을 아내가 탓한 것이었고 그 탓함이 너무 격한 나머지 나의 호통소리 또한 커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게 전초전을 치른 이후부터 나의 장황한 연설이 청중 하나 뿐인 아내에게 가해지기 시작했다. ‘자기는 아직 시사나 정치에 관심 갖기에는 미흡하다는 것으로 시작해서, 票퓰리즘, 오늘날의 유럽제국의 혼란과 연일 터지는 데모, 남미 아르헨티나(아내와 함께 그곳에 가서 직접 목격한 그들의 파업)등등…재벌의 새끼들까지 고루고루 혜택(?)을 주는 게 과연 타당한 것인지?, 우리가 비록 재벌이나 부자는 아니지만 정말 곤란한 사람들 것의 몫까지 챙길 정도는 아니지 않은가, 남 주는 건 아깝고 우리한테까지도 혜택이 주어진다니 기분 좋아하는 그 심뽀를 침을 튀기며 아내에게 연설을 했던 것이다. 얼마를 듣고 있던 아내가 슬며시 자리에 일어나 나갈 때까지 나의 연설은 계속되었던 것이다. 식식거려가며…그것으로 부부싸움은 일단락 지어졌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참으로 별난 부부싸움이다. 오죽 싸울 꺼리가 없으면 국가의 복지정책을 두고 부부싸움을 했겠는가? 이러는 우리는 행복한 부부? 아~!잘 모르겠다.

 

 

덧붙임,

 

나의 연설을 경청하던 아내가 밖으로 나돌다 들어 온 것은 한30분 뒤였다. 시래기를 삶겠다며 가스를 주문해 달라고 들어 온 것이다. 나의 연설(싸움)은 그 기서 끝이 나고…점심때는 김치전을 부쳐 먹자는 아내의 화해 제스처에‘그거 조오치~!’

 

그리고 그 부부싸움이 있은 뒤 얼마 후 거실TV는 공용으로 하고 마누라와 내 방엔 각각의 TV를 연결 시켰다. ㅋㅋㅋ...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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