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 이향숙
가령 내 손금에 돋은 별을 출발해 네 어깨로 이어진
자줏빛 *물병자리 행성으로 가는 것은
감자를 왜 라면에 넣어야 해
라고 묻는 다는 걸
감자를 왜 냉장고에 넣어야 해
말하는 것처럼 어리석다
곁을 멈추고
끊임없이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귀 울림처럼
그 만큼의 온도로 데워지는 궁금증
숨어 있는 누군가가 신호를 보내는 것이 분명해라고
말하려다 삼킨다
검고 푸른 손금이 피어나는 손등
농담이 사라지고 식탁이 조용하고
오랜만에 끓여 준 감자 섞은 라면 먹는다
낯설어서 귀를 울이고 다시 기약 없어서
고장 난지 오래입니다만
수선스럽지 않은 어눌한 입은 다시 닫으시고
할 말은 속으로만 해 주세요
이상,
무슨 그리움 같은 것을 희다고 소리 내는 것
나 좀 궁금해 줄래? 라고 묻고 싶은 것
그만두기로 한다
버려야 할 오랜 습관이라고 되뇌던 것도
없던 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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