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시인님 글방

간절곶의 바람개비 / 이향숙

덕 산 2021. 7. 23. 13:32

 

 

 

 

 

간절곶의 바람개비

                   - 이 향 숙 -

 

 

보았을까

절벽 돌무더기 속

아무렇게나 피어 흔들리며 시들어 가는 가여운

보랏빛 엉겅퀴 몇 송이를 보았을까 떠올리기 전

이미 잊었던 것들을

돌아보면 아득할수록 멀어져 가는 것들아 손사래

저으며 아무것도 아니었다 용서하라고

눈물을 매단 채 저만치 달려오는 걸 보았을까

꿈꿀 수 없는 것들을 꿈꾸기 시작한

그때부터였을까

그랬을까 바람이 불었을까

마음의 방향들이 비껴가며 멈출 때 다시 돌아가는

간절곶의 바람개비

 

그렇게 누구든 흔들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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