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드로잉
- 이 향 숙 -
저는 일생이 뭐든 한 번에 내리 긋는 이상한
선긋기에 빠져 있나 봐요
선 긋는 게 가관입니다
한 번에 진하고 거칠잖아요
성격을 한 번에 다 보이려 하지 말아요
이 튀어 나오는 경계면은 어쩔 거예요?
비장의 카드 한 장 손에 들고
지구별의 문간방 살이를 꾹 견디고 있는 지도 몰라
만만치 않은 여자들이 이 별에 살고 있다
손가락 안에 날카로운 발톱을 숨긴 것
한 번을 지켜내려 무진장 고통 받는 그대여
색다른 당신은 좀 무례한 거 아닙니까?
자꾸만 묻고 싶어지는데
살이 통통해진 고통
볕든 마당에 쪼그려 앉아 손톱을 깎다가
뭉툭해진 손톱을 바라보다가
지난 해 부실하던 감나무에
올핸 웬 뾰죽 감들이
저리 둥글게 촘촘히 달렸는지 모르겠다
해가리 하는 모양이다 혼잣말 한다
반응형
'이향숙 시인님 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부 / 이향숙 (0) | 2021.07.24 |
---|---|
간절곶의 바람개비 / 이향숙 (0) | 2021.07.23 |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데 / 이향숙 (0) | 2021.07.20 |
새를 데려오는 방법 / 이향숙 (0) | 2021.07.17 |
닻 / 이향숙 (0) | 2021.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