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시인님 글방

이상한 드로잉 / 이향숙

덕 산 2021. 7. 21. 11:21

 

 

 

 

 

이상한 드로잉

             - 이 향 숙 -

 

 

저는 일생이 뭐든 한 번에 내리 긋는 이상한

선긋기에 빠져 있나 봐요

 

선 긋는 게 가관입니다

한 번에 진하고 거칠잖아요

성격을 한 번에 다 보이려 하지 말아요

이 튀어 나오는 경계면은 어쩔 거예요?

 

비장의 카드 한 장 손에 들고

지구별의 문간방 살이를 꾹 견디고 있는 지도 몰라

만만치 않은 여자들이 이 별에 살고 있다

손가락 안에 날카로운 발톱을 숨긴 것

 

한 번을 지켜내려 무진장 고통 받는 그대여

 

색다른 당신은 좀 무례한 거 아닙니까?

자꾸만 묻고 싶어지는데

 

살이 통통해진 고통

볕든 마당에 쪼그려 앉아 손톱을 깎다가

뭉툭해진 손톱을 바라보다가

 

지난 해 부실하던 감나무에

올핸 웬 뾰죽 감들이

저리 둥글게 촘촘히 달렸는지 모르겠다

해가리 하는 모양이다 혼잣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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