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시인님 글방

땅바닥 문신 / 이향숙

덕 산 2021. 7. 13. 14:09

 

 

 

 

 

땅바닥 문신

         - 이 향 숙 -

 

 

흐드러진 오디나무 아래

부추 밭을 지나 수박 밭을 지나

루드베키아꽃들에게로 까지 종종거리는

 

떨어진 오디 몇 알

여린 상추밭에 굴려가며 쪼아대는

며칠 내내 부리가 새파래지는 어린 참새들

 

분주한 저녁 습기를 머금은

동쪽 바다에서 부는 이즈음 바람 냄새

 

찌익 모르스 부호

뾰루뾰루 회신하는 

나뭇가지에 걸린 새소리

 

한 번도 온 적 없는

수많은 저녁이

떨어져 짓이겨

보라 보라빛으로 검은 꽃처럼

당바닥 문신을 새겨 넣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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