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시인님 글방

그림자 벽화 / 이향숙

덕 산 2021. 3. 17. 10:54

 

 

 

 

 

그림자 벽화

              - 이 향 숙 -

 

 

담벼락 나무 그림자 사이로

삽이 꽂힌 풍경

돌처럼 굳어서

내가 네게로, 네가 내게로

도무지 올 수 없던 날들

보랏빛 매 발톱이

무서리로 고갤 꺾고 하염없이 흔들려

그대가 만들어준 꽃밭을 가린다

 

너무 웃자라 무심히 지나쳐도

작고 여린 꽃잎이 수줍게 눈 맞추는 것을

그대는 알지 못 한다

저녁이 더 천천히 온다

이른 봄 늦은 오후 뜰 안 담장에

그림자 벽화 한 점이

 

숨을 멈출 때

 

 

 

 

- 사진촬영지 : 수원 지동 벽화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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