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벽화
- 이 향 숙 -
담벼락 나무 그림자 사이로
삽이 꽂힌 풍경
돌처럼 굳어서
내가 네게로, 네가 내게로
도무지 올 수 없던 날들
보랏빛 매 발톱이
무서리로 고갤 꺾고 하염없이 흔들려
그대가 만들어준 꽃밭을 가린다
너무 웃자라 무심히 지나쳐도
작고 여린 꽃잎이 수줍게 눈 맞추는 것을
그대는 알지 못 한다
저녁이 더 천천히 온다
이른 봄 늦은 오후 뜰 안 담장에
그림자 벽화 한 점이
숨을 멈출 때
- 사진촬영지 : 수원 지동 벽화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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