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번의 봄날
- 이 향 숙 -
봄날이 열 번 남았다면
봄날이 스무 번 돌아온다면
봄날이 서른 번 기다린다면
꼭 한 번 남은 것 같은 봄인 듯 여기고
남녘 볕 잘 드는 구릉에 다다라
멀찌감치 흐드러진 봄꽃들 바라 볼 것이다
꼭 두 번만 돌아올 봄이라면
익은 곡주에 꽃잎 동동 띄워서
잊으려야 잊히는 않는 이름들 가만히 불러 볼 것이다
꼭 세 번만 기다려 주는 봄이라면
강물 풀리는 소리, 아련히 강둑에 누워
하늘 일렁일 때 마다 쏟아지는 꽃비를
온 몸으로 받을 것이다
그런 딱 한 번의 봄날이
내게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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