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시인님 글방

왜가리 이명 / 이향숙

덕 산 2021. 3. 5. 13:11

 

 

 

 

 

왜가리 이명

             - 이 향 숙 -

 

 

숲 근처를 지나다

 

왜가리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허공을 때리고 가는 바람의 웃음소리

두어 명이 쳇쳇 귀엣말로 하기 전 말을 아낄 때

그 때처럼

 

강물에 발 담근 산들이 먼저 젖고 새들의

빈 둥지가 젖고 봄비들이 다투어 제 몸을 던져도

습지엔 자꾸 물이 줄어들었다

새는 외로 와서 허공에 대고 눈을 부릅떴을 게다

개구리가 들쥐가 뱀이 곤충이 사라져서 슬펐을 것이다

 

꼬맹이 그 시절 껌 딱지처럼 짝 붙어 다니던

소녀는 어디로 사라졌나

왜가리같이 길고 흰 목을 한

다시 비를 긋고 가는 공명, 쳇쳇쳇

 

옆으로 부풀어 오르는 귓속에 헛바람이 들어가고

꽃이 드나들고 개구리가 들쥐가 뱀이 곤충이 집을 짓는다

두드리는 빗소리 차츰, 소란

 

숲 근처를 지나다 주문을 외운다

헌 귀 받고 새 귀 다오, 쳇쳇쳇

 

왜가리 목을 에스자로 구부린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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