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리 이명
- 이 향 숙 -
숲 근처를 지나다
왜가리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허공을 때리고 가는 바람의 웃음소리
두어 명이 쳇쳇 귀엣말로 하기 전 말을 아낄 때
그 때처럼
강물에 발 담근 산들이 먼저 젖고 새들의
빈 둥지가 젖고 봄비들이 다투어 제 몸을 던져도
습지엔 자꾸 물이 줄어들었다
새는 외로 와서 허공에 대고 눈을 부릅떴을 게다
개구리가 들쥐가 뱀이 곤충이 사라져서 슬펐을 것이다
꼬맹이 그 시절 껌 딱지처럼 짝 붙어 다니던
소녀는 어디로 사라졌나
왜가리같이 길고 흰 목을 한
다시 비를 긋고 가는 공명, 쳇쳇쳇
옆으로 부풀어 오르는 귓속에 헛바람이 들어가고
꽃이 드나들고 개구리가 들쥐가 뱀이 곤충이 집을 짓는다
두드리는 빗소리 차츰, 소란
숲 근처를 지나다 주문을 외운다
헌 귀 받고 새 귀 다오, 쳇쳇쳇
왜가리 목을 에스자로 구부린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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