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시인님 글방

이별 방정식 / 이향숙

덕 산 2021. 2. 26. 14:28

 

 

 

 

 

이별 방정식

          - 이 향 숙 -

 

 

해가 가느라고 그러는 거야 스산하고 춥고

발목부터 시리잖아

가령 뭉근히 저려오는 것도 꼭 먼 곳부터 뒤꿈치

갈라지듯 골이 패이지

따끔거리고 디딜 때마다 아픈 건 꽤 오래 가야 해

기억할게, 건너편 붉은 건물 뒤 배경처럼 서 있는

키 큰 나무가 안개를 베고 누워있어

희미해 네가 나를 버려 주기를 기대할게

비틀거리던 신발을 가지런히 신겨주던 그 손으로

발목을 잘라 주었다면

붉은 피 엉겨 붙어 꽃이 몇 번이나 피었다 졌을 거야

발목 잘라도 밤마다 자라던 파래 같은 머리카락

꿈마다 잦아들어

묶다가 헝크러진 기억

똑바로 걷지 못해 역류하는 저 발목

더 이상 매달려 버티지 마

붉고 황홀해서 어둡고 쓸쓸해질 일만 남은 저녁

이젠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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