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방정식
- 이 향 숙 -
해가 가느라고 그러는 거야 스산하고 춥고
발목부터 시리잖아
가령 뭉근히 저려오는 것도 꼭 먼 곳부터 뒤꿈치
갈라지듯 골이 패이지
따끔거리고 디딜 때마다 아픈 건 꽤 오래 가야 해
기억할게, 건너편 붉은 건물 뒤 배경처럼 서 있는
키 큰 나무가 안개를 베고 누워있어
희미해 네가 나를 버려 주기를 기대할게
비틀거리던 신발을 가지런히 신겨주던 그 손으로
발목을 잘라 주었다면
붉은 피 엉겨 붙어 꽃이 몇 번이나 피었다 졌을 거야
발목 잘라도 밤마다 자라던 파래 같은 머리카락
꿈마다 잦아들어
묶다가 헝크러진 기억
똑바로 걷지 못해 역류하는 저 발목
더 이상 매달려 버티지 마
붉고 황홀해서 어둡고 쓸쓸해질 일만 남은 저녁
이젠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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