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혹시 1270 군번입니까

덕 산 2020. 4. 10. 14:08











혹시 1270 군번입니까

 

김홍우(khw***) 2020-04-10 11:48:07

 

제가 일기 삼아 틈틈이 써온 인생과 목회의 에세이를 표방한 글들의 수가 어느덧 이천 편을 넘기게 된 것도 벌써 오래 전..

그래서 1270 이라는 매김 번호를 숫자로 써넣다 보니 1270? 어쩐지 낯설지 않고 친숙한 느낌이 들어 생각해 보니 아!!

바로 제가 병역의 의무를 다 할 때 받은 군번의 앞 자릿수 네 개입니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자기 생일 날짜는 잊을지언정 군번은 잊지 않는다더니.. 허허.

 

 

숫자를 부대명칭으로 사용하는 곳은 대부분 군부대들입니다. 예를 들자면 3033부대 5016부대.. 하는 식인데 오래 전에

청와대를 까부수려내려 왔던 무장공비들의 북한의 특수 부대명도 그래서 124군부대였습니다. 그리고 한국전쟁 때

시라소니가 대장을 하였다는 ‘8240 K.L.O’라는 부대도 있었는데 영화로도 제작되어 나왔던 것 같고

 

 

1270이라.. 1976년도의 이야기니 휴.. 벌써 44년 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제 앞에서 1269군번이 마름되었던 관계로

동기들 중에는 1269군번들도 있었는데 병역을 시작하게 되면 엄청 서로 따지게(!)되는 것이 군번숫자의 서열관계이므로

비록 동기라고는 하여도 1269군번들에게는 늘 한 수 접어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허허. 지금은 어떤지.. 궁금해지네요..

또 그때는 한 창 때의 젊은이들로 혈기도 등등하였던 제 동기들은 어디서 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제는 다 노인들이 되었기는 하겠지만.. , 아무튼 모두들 건강하시기를..

 

 

그 해 10월 논산 훈련소 28연대로 들어가서 기초훈련을 받는데 그때 중대는 달랐지만 같은 훈련병이었던 가수 전영록이

휴식시간만 되면 불려 나와서 노래일발 장진을 하곤 했었는데 한창 인기가 있었던 시절이었지요.. 요즘은 그를 TV에서도

좀처럼 볼 수가 없던데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역시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구보하고 제식훈련 하면서 칼빈,

M1 그리고 M16 등을 번갈아 들고는 사격 훈련을 함께 하였던 동기들의 땀에 젖어 후줄근해진 얼굴들과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던 젊은 어깨들이 기억납니다.

 

 

몸집이 왜소하고 체력이 약해서 늘 힘들어 했던 아무개.. 요령만 잘 피워서 동기들에게도 미움 받던 저무개..

총만 쏘면 일등사수 고무개.. ‘초전박살생과자를 관물대에 용케도 숨겨놓고 몰래 먹곤 하던 그무개.. 등의

얼굴들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허허 그래요. 그때는 다 피 끓는 젊은이로서 다 큰 어른인 척 하였지만 지금

돌아보면 다 얼굴 빨간 홍안의 소년들이었던 것을.. 그리고 소위 짬밥을 먹으면 다 그렇게 변화되는 것일까..

실제나이 보다 훨씬 더 들어보였던 조교.. 내무반장..

 

 

그렇게 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가니 삼촌이나 아저씨뻘 나이는 족히 되어 보였던 중대장도 24.. 겨우 그냥 형뻘

정도이었으니.. 하긴 대대장도 30.. 연대장과 사단장도 40대 초반 등이었고 심지어는 군단장 참모총장 같은

이들이나 혁명으로 대통령을 지낸 사람들도 그때 40대였으니.. 지금 65살 제 나이쯤에서 돌아보면 그 모두가

새파란 젊은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도 그럴 것이 그래.. 젊어야 싸우지.. 군인들은 싸우기 위하여모집되고

훈련 받고 배치된 사람들이니까.. 그저 유사시에 용감히 싸워주기를 하면서도 어쩐지 안쓰러운 마음이 생겨납니다.







 

 

우리 산하에 흩어져 있는 각 부대들의 이름은 물론 바다 위에서 국토방위에 여념이 없는 해군 함정들도 그 양옆에

커다랗게 써놓은 것 역시 784.. 526.. 하는 식의 번호들이지요. 공군의 전투기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

제가 유격 훈련을 받을 적에도 ‘94번 올빼미였으니.. .. 결국에는 인도숫자로 판명되어진 아라비아숫자들이

우리나라에서 하는 역할들이 참 많고 다양하지요. 물론 세계적으로도 그렇지만.. 그래서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숫자에 울고 웃는지다시 또 허허 하는 심정이 됩니다.

 

 

어느 날 차 운전 중에 앞에 가는 승용차의 번호가 1270이라고 되어있는 것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한 참을 쳐다보게

되더군요. 그리고는 그 숫자와 관련되어 무수히 머리와 마음속에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물론 거의 모두가 입대..

훈련소.. 병영생활.. 모습들이었습니다. 그 기간 속에 있을 때에는 그렇게 힘들고 어렵고 싫었으며 고참병들 말마따나

그래도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는 국방부 시계의 시분침의 쉬지 않는 회전만을 생각하면서 버텼는데 막상 그렇게

환희의 제대를 하고서 40년 세월이 흐르고 나니 그때 그 모양도 그리워지는 마음이니 이러한 것을

자기모순이라고 하나보구나 합니다.

 

 

1270.. 그래서 저의 각종 비밀번호는 1270이 많지요. 자물쇠, 통장, 인터넷 등등에서 그런데 저뿐 아니라 주변에

이웃으로 함께 사는 남자 된 이들의 무슨 무슨 비밀번호에는 대부분 군번들이 그렇듯 활용되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는 그래..

하면서 미소 짓게 됩니다. 하여간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절대로 잊어버릴 수 없는 번호이기에 그렇겠지요.

(지금 이것을 사용하고 있다면 주의하세요.)

 

 

또한 번호하면,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전 국민 각 사람에게 고유번호를 매겨버린 우리나라 대한민국 사람들의

주민등록번호를 빼놓을 수 없는데 그로 인하여서 개인의 신분확인 등 많은 편리함이 있고 범죄예방 등의 효과도

많다고 하지만 서양 쪽이나 다른 나라들이 아직도 주민등록번호 제도를 도입하지 않거나 하여도 유사한 흉내정도에

그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인권문제가 있어서 라고 하지요. ‘라는 사람에게 몇 번 인간이라는 고유번호가

매겨진다는 것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좀 그렇기도 하지만 지난 반세기 이상을 그렇게 정하여 놓고 사용하여본

우리나라의 경우로 보아서는 사회의 공공이익 부문에 유익한 것으로 보여 집니다.

 

 

그렇다면 이 제도 역시 그 창안자에게 상을 주어야 하는 것일 텐데 1968121일에 청와대 뒷산에서 벌어진

무장공비 침투 사건그래서 1.21 사건 북한 침투조의 유일한 생존자 김신조와 그 일당들이 주민등록 번호를 만드는데

결정적 공헌을 하였으니 또 당시 진노 대노하며 대책마련을 채근하고 종용하였던 박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헤아리면서

전국민주민등록제을 생각해내고 입안하여 통과를 시켰던 누군가가 있었을 것이기도 한데 사건 후 흘러나오는

뒷이야기들 속에서도 그 이름은 찾을 수 없네요..

 

 

아무튼 그렇게 저와 여러분들 우리나라 사람 모두는 태어나자마자 고유번호를 부여 받아 평생을 자기 것으로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좋든 싫든 다 되었습니다. 또 우리 남자들은 그렇듯 나의 군번역시 평생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하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서도 가장 먼저 부여 받게 되는 것이 고유번호인 만큼 우리 모두는 늘

나의 번호와 함께 지금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정말 몰라서 묻는 것입니다만, 혹 죽은 사람들에게도 번호가 매겨지는 것일까요.. 갑자기 더 궁금해집니다.

왜냐하면 금번 코로나19 사태와 상황 속에서도 그 숫자들은 역시 유용하게 사용 되어 ‘00확진자같은 숫자이름을 매기는

것을 보자니 그렇고.. 또 한식날 같은 때에 성묘를 가면 그 비석에 하단에도 무덤의 고유번호가 매겨져 있는 것을

보았던 것이 생각나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만.. 허허. 늘 건강하세요.

 

 

- 산골어부 2020410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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