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병과 벚꽃 나들이
김홍우(khw***) 2020-04-08 23:37:17
코로나19사태의 여전함과 정부의 권고 그리고 행정명령의 발동까지도 이어지지만 이렇듯 꽃피는 봄이 되어 만개하는
벚꽃구경을 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하여 사람들이 계속 몰려오거나 또 몰려 올 것을 피하여서 ‘벚꽃 길을 강제로
막아 놓기도 하고’ 또 ‘멀쩡한 유채꽃밭을 갈아엎는’ 모습을 TV뉴스에서 보고 있자니 과연 ‘급하긴 급하고 위중하기는
위중한’ 사태이며 상황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 참 말을 안 들어도 너무 안 들어요. 안 들어..
정부에서 저렇게 하지 말고 가지 말라고 연일 방송을 하는데도..”
하면서 저도 쯧쯧 혀를 차면서 그런 사람들의 행태를 나무랐던 사람입니다만, ‘남의 말을 쉽게 하지 말라’는 말도
있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또 깨닫게 되는 일을 바로 제가 저질렀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휴..
그래서 ‘에잇, 자수 하여 광명 찾자’는 심정으로 자수를 하자면.. 조금 전에 충북 제천시 청풍호로 벚꽃구경 나들이를
하고 온 것이지요. 그래요.. 며칠 전부터 마다에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서 거의 매년 가보았던 ‘청풍호수 길에도
벚꽃들이 다 피었을 텐데..’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다가 오늘 아침에
“그래,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 할 수 없고..
내려서 구경하지 못하게 하면 그저 차로 한 바퀴 빙 돌아보기라도 합시다.”
하고는 아내를 재촉하여 둘이서 길을 나선 것이니 궁색한 변명을 하자면 사전에 잘 계획되어진 ‘본격 나들이’의
모양은 아니고.. ‘충동 나들이’ 비슷한 것이지요. 그렇게 다녀와서 막 TV를 켜니 세상에, 어떤 코로나19관련
‘자가격리자’ 한 사람이 ‘집안에만 있기가 답답하여’ 외출을 하였다가 법령 위반으로 처벌의 기로에 섰다는 보도를
하고 있어서 가슴이 뜨끔 합니다. 물론 저희는 자가격리자는 아니지만 ‘특별하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외출을
자제하여 달라고 날마다 거듭 당부를 하고 있는 당국자들의 읍소 모양의 권고를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 되는 만큼
마음이 편치는 않군요..
아무튼, 그렇게 우리 원주에서 40분 정도를 차로 달려가 본 청풍호에는 과연 벚꽃들이 만개하였습니다만 역시 또한
예상했던 대로 소풍 나들이로 나온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거의 없고 그저 저희처럼 자동차로 한 바퀴 돌아보려는
이들이겠지요. 차들만이 그것도 한적한 모양으로 오고 가고 있었습니다. 어쩌다가 가뭄에 콩 나듯이 차에서 내려
만개한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이들이 있었지만 그야말로 ‘어쩌다가’ 보이는 모양이니 과연 코로나 바이러스도
무섭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래, 이렇게 말 잘 듣는 우리 민족이구나.’ 하면서 확인하게 되는데 과연 코로나가
무서워서 안 나온 것일까요.. 방역당국의 협조로 안 나온 것일까요.. 하는 영양가 없는 생각도 하여 보면서 어쩐지..
그래, 우리 내외는 그 순종의 모습을 ‘확인 차’ 공무의 모습으로 나온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하는 엉뚱한
변명의 당위가 슬그머니 일어나기에 속으로 웃게도 됩니다. 허허.
그렇게 청풍호반 길을 한 바퀴 돌아 나오면서 이름 하여 ‘왕건짜장’도 한 그릇 사먹는 것을 끝으로 충동 나들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꽃구경을 좋아하는 아내이기도 하고 그렇듯 달리는 차창 밖에 펼쳐지는 벚꽃풍경 사진도 많이
찍었습니다만 어쩐지 나들이를 다녀온 맛(!)이 나지 않는 이유는 북적북적한 사람들을 보지도 못한 것과 당연히 그러한
속에 있지도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들 대부분은 북적이는 많은 사람들 모양을 피하려고는 하지만
또한 그렇듯 ‘북적이는’모양 속에 있었던 나들이의 기억을 소중한 추억으로도 마음속에 잘 간직하고 있지요. 이렇게 거의
‘아무도 없는 썰렁한’ 벚꽃 나들이를 하고 보니 그러한 사람들의 이율배반의 모양에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아무튼 방역 당국에도 죄송하고 특히 연일 외출 자제를 강조하며 수고를 계속하고 있는 정세균 총리에게도 미안합니다.
또 지자체 장들과 관계자들에게도.. 휴.. 그래요 우리 같은 서민들에게는 벚꽃놀이 같은 것은 년 중 한 번만으로도 족한
것이니 또 나갈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면서 또 생각을 하여 봅니다. 그 청풍호수 벚꽃 놀이 길이 평년
이 맘 때는 얼마나 붐비던 길이었던가 오고 가지도 못하며 길게 이어지던 차량행렬의 지겨움이 싫어서 돌아 나오는
차들도 많이 있곤 하였는데 허허 이렇게 한산하고 한가하구나..
또 이때를 년 중 대목으로 삼아 이 청풍호수 인근에서 살아가는 이들도 많을 텐데.. 하는데 까지 생각이 이르면서
저렇듯 한가하고 썰렁한 상점들과 식당들을 보면서는 쯧쯧 안쓰러운 마음이 생깁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이맘때에 이곳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 넘쳐났었는가 그때 그 속에 있었을 적에는 그 북적임에 한숨과 불평을 이어
뿜어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것이 얼마나 ‘건강한 모습’들이었는가 하면서 그때와는 또 다른 긴 한숨을 뿜어내게 됩니다.
청풍호수 입구 마을 주변에 걸려있는 현수막 중에는 이런 글도 있군요..
“아름다운 벚꽃 이번에 말고 내년에 만나요.”
그런데 저희는 ‘이번에도 만나러 온’ 참 말 안 듣는 사람들이 되었군요. 허허 참.
사람이 한 평생을 살아가면서는 ‘이런 일도 저런 일도’ 만나고 또 겪게 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일(코로나 바이러스)은
겪지 말고 저런 일(벚꽃놀이) 같은 일만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순 ‘놀자 꾼’ 같은 생각도 하여 봅니다. 그래요..
일하든지 놀든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건강함’을 내가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는 것이 오늘
그렇듯 ‘눈치 보는 벚꽃 구경’ 나들이를 다녀오면서 배우게 된 것인데 그것도 유익이라면 유익이지요. 그래요.
아무튼 금번 코로나19 사태와 상황도 잘 피하시고 또 이겨내시면서 늘 건강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산골어부 202048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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