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골목 전쟁

덕 산 2019. 8. 9. 14:16

 

 

 

 

 

 

 

 

김홍우(khw***) 2019-08-08 21:52:37

 

 

저 어렸을 적만 하여도 이웃 동네아이들과 단체로!’ 싸우는 전쟁이 있었고 저도 직접 뚝딱뚝딱 나무칼을 만들어서는

단단히 손에 쥐고 용감한 동네전사골목길 전쟁터에 나갔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그 패거리 싸움을 일컬어

동네전쟁이라고 하였는데 어른들은 골목싸움이라고 하셨지요. 그래서 그 중간 즈음의 접점을 찾았던 것일까요..

주로 골목 전쟁이라고 부르곤 하였습니다.

 

 

제가 살던 곳 왕십리 꽃재 언덕을 넘어가는 길목은 우리 동네로 윗동네였고 그 아래 우물과 공동수도 그리고

이름 하여 어대장집 공터 큰 마당이 있는 동네가 아랫동네였지요. 우리 동네 아이들이 지리적으로 윗 고지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싸움은 늘 유리한 국면이었습니다. 아랫동네 아이들은 매번 20여 명쯤이 떼를 지어

윗동네를 쳐부수러올라와야 했지만 우리는 위쪽에서아래쪽으로 공격을 하면 됐기 때문이었습니다.

 

 

주로 나무 칼 싸움이나 몽둥이(!) 싸움을 하였지만 어떤 때는 새총을 쏘거나 돌을 던지기도 하여서 다치기도 하는 등

매우 위험했기도 했으며 그래서 그 전쟁터 길목에 있던 집들의 나무 판자울타리가 파손되거나 창문의 창호지가

돌멩이에 뚫어지고 또 장독대의 장독들이 깨지는 수도 있어서 아주머니들은 전쟁개시 소식(!)을 들으면 부랴부랴

장독에 소쿠리나 가마니 같은 것을 덮어 놓기도 하였지요. 그때 아랫동네 중학생 형이 기다란 장대를 들고 와서는

마구 휘둘러대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삼삼한데 그 형은 나중에 합기도 도장 사범님이 되었고 제 친구들도

중고등 학생 시절에 거기에 가서 호신술을 배우곤 하였지요. 허허.

 

 

 

 

 

 

그때 어른들은 이러한 모양을 아이들의 전쟁놀이라고 하곤 하였지만 우리들에게는 놀이가 아니었고 거의

실제 전투 상황이었지요. 붕붕서로 상대를 향하여 위험스럽게 휘둘러대던 장대나 비록 나무로 만든 것이기는 했지만

그 나무칼에 맞아서 머리나 팔 등짝이 붓거나 혹이 생기고 또 찢어져서 피를 흘리는 경우도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매우 위험하기도 하였는데 어른들은 적극 나서서 말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만한 나이 때에 할 수 있는 한 낱 아이들의 전쟁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요..

 

 

그때 그 윗동네 아랫동네 아이들의 전쟁개시 전투시작은 그 처음에 무엇이 발단이 된 것일까 막상 전쟁이 일어나면

열심히 싸우기는 하였지만.. 지금도 궁금합니다. 희미하게 생각나는 것은 우리 동네 아이가 아랫동네 쪽으로 내려가서

딱지치기 구슬치기를 하면서 재미있게 놀은 모양인데 딱지와 구슬을 좀 많이 땄던 것이었는데 그러자 아랫동네

아이들이 너 윗동네 놈이 왜 여기 와서 놀고 그래!!’ 하면서 윽박질렀고 아이는 딱지 구슬을 탈탈 털린 채 빈손으로

올라왔던 것인데 이 소식을 전해들은 우리 윗동네 아이들은 중학생 형을 대동한 몇몇이 그 딱지와 구슬을 받아 오려고

아랫동네로 내려갔고 여기에서 그쪽 아이들 패거리들과 충돌이 생겼으며 그래? 그렇다면 한 번 붙어보자!!”

이렇게 된 것인 정도로 알고 있지요.

그렇지 않아도 늘 씩씩 거리며 벼르고 있던 차에 아주 좋은 당위의 명분이 생긴 것이지요. 허허.

 

 

!! 내일부터 전쟁이다 얘들 다 집합 시켜!!”

우리들 보다 서너 살 더 먹은 중학생 고등학생 형들이 대장을 하였고 면밀히 작전을 짜는 참모들이 되었습니다.

틀림없이 이 골목으로 올라 올 텐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너랑 너 두 명은 꽃재 교회 정문 앞 쪽에서 아랫마을로

내려가는 골목 쪽에 보초를 서고.. 아래 얘들 얼굴이 하나라도 보이면 얼른 알려주고.. 또 너랑 너는 장대와 방패와

연탄재를 모아다가 골목 입구에 쌓아놓고..” 했던 대장님(!)의 작전지시가 아직도 또렷이 기억이 나는 것을 보면

그때 전쟁을 하기는 했지만 초반 무렵에는 돌멩이 같은 위험한 것들을 던지면서 싸우지는 않았고 연탄재 같은 것을

서로에게 던졌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막아내는 방패도 필요했고 상대방을 위협하는 기다란 장대 같은 작대기들을

휙휙 무섭게 휘두르기도 하였지요.

 

 

 

 

 

그렇게 몰려 싸우다가 혹 상대에게 멱살이나 허리춤이라도 잡히는 날에는 꼼짝없이 포로가 되어 적진으로 끌려갔습니다.

아랫동네 아이들의 본부는 어대장 집 입구 마당에 제법 커다란 바위들과 벽돌들로 담을 쌓고 판자들로 지붕을 덮어

그 안이 늘 어두컴컴한 서너 평 공간이 있었는데 그리고 끌려가서 모진(!) 고문 즉 무릎 꿇고 두 손 들고 있기를

계속해야 했는데 저녁 때 즈음에 포로교환때에나 풀려날 수가 있곤 했습니다. 만일 교환할 적군 포로가 없으면 사탕,

부채과자, 신앙촌 카스테라 등을 사가지고 가서 우리 편 포로들의 값으로 치르고 빼오기도 하였습니다.

그때만 하여도 그렇듯 신사적이고 또 낭만도 있는 모습이었지만

 

 

그 뒤로 전쟁의 모양과 양상이 점점 더 살벌해지기 시작하더니만 돌멩이를 던지고 나무칼로 내리치는 장면들 끝에

급기야는 코피 터지고 머리 찢어져 피 흘리는 부상자들이 속출하면서 그렇게 당한 자식들의 부모님들이 아랫동네로

내려가고 윗동네로 올라와서 소리들을 지르시면서 다투는 바람에 아이들의 전쟁이 어른들의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때 대부분 어른들은 아이들이 전쟁놀이에서 좀 다친 것을 가지고 뭘 그렇게 까지.. 쯧쯧하는 분위기가

대세이기는 하였지만 그러나 부상의 정도가 심해서 병원에 가서 찢어진 상처를 꿰매어야 하는 등의 모양들이

이어지자 어른들도 아이들의 골목전쟁을 말리기 시작했습니다.

 

 

!! 이놈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이게 뭔 짓들이여, 당장 그만두지 못해!!”

 

 

어른들의 일갈에 우리 아랫동네 윗동네 아이들은 얼른 꼬리를 내리고 깨갱 자기 집들로 다 들어갔지요. 물론 그 뒤에서

서너 번 정도 골목전쟁이 있었지만 점점 더 그렇게 그렇게 없어져 버린 것 같습니다. 휴 요즘 아이들은 아마 그러한

아이들의 전쟁 같은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옛날 동화책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1960년대.. 초 중반.. 그러한 것도 시대와 사회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어른들까지도 인정하여 주면서

얘들아, 기왕에 싸울 꺼면 꼭 이겨라 잉? 암 이겨야 하고 말고하시면서 은근히 응원을 해주시기도 했던 분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이제는 모두 세상에 계시지 않고 그 아이들이었던 우리들도 다 이렇게 흰머리의 노인들이

되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렇게 지낸 어린 시절.. 벌써 반세기 50년도 훨씬 지난 옛일이 되어버렸기는 하였지만

지금 같이 유난스레 무더운 여름 날씨에 아이들과 어른들이 서로 편을 갈라서 물총놀이를 하는 모습을 TV화면으로

보고 있자니.. 우리들의 그 시절 골목 전쟁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그때 우리도 날이 더운 날이면 고무로 만들어진 물총권총을 가지고 골목전쟁을 하기도 했지.. 전쟁의 막바지에는

바가지며 대야로 물을 담아다가 적들에게 냅다 퍼붓기도 하면서.. 또 겨울이 되면 징글벨이 울려 나오는 골목마다에서도

패거리를 지어 눈싸움을 하였지 아마 예수님도 쯧쯧 하셨을 거야.. 멀리까지도 눈덩이를 던질 수 있는 커다란 고무줄

대포도 만들었고 집집마다에서 들고 나온 세숫대야를 총동원 하여 지붕을 덮었던 우리들의 본부 요새를 만들기도

하였었는데.. 또 여자아이들로 구성되 여전사들이 있어서 우리 남자 용사들이 잘 싸우라고 풀빵도 사 나르고 냉수도

퍼 나르곤 하였는데 휴 지금은 어느 자리를 지키는 할머니들이 되셨나.. 그리고 무엇보다도 요즘 아이들은 뭘 하며

놀고 있나? 스마트폰? 쯧쯧 그래가지고서야 어디 평생 동안 때마다 꺼내어 볼 만한 추억의 장면들이 만들어지겠는가..

물론 골목전쟁을 다시 일으키라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 산골어부 201988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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